읽은知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필85 2018. 9. 23. 23:55

"누군가가 '왜 지금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알아야 하는가?'라고 묻는다면, 저는 눈을 들어 세상을 보라고 얘기합니다. 저 자본주의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냐고, 만약 아름다워보인다면 굳이 <자본론>을 공부할 필요가 없습니다."(21쪽)
저자가 자본론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대목이다.

비전공자인 공학도가 원숭이도 알아듣게 쓴 자본론이라서, 마르크스의 사상이 궁금했던 독자에게는 <자본론>에 대한 안내서로는 알맞은 책이다.

저자는 지배적 생산관계에 따라 사회가 발전한다는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상품의 가치를 노동력이 창출한다는 것과 자본가의 이윤은 착취당한 노동, 즉 잉여가치에서 나온다는 이야기까지 강사와 수강생(학생)의 대화체로 술술 풀어간다. 잉여가치론에 이어 자본가의 자본 축적, 독점자본의 형성과 필연적인 공황의 발생, 제국주의까지 설명하여 IMF와 '작고 강한 정부'의 허구성을 파헤치며 글을 끝낸다.

저자가 글을 쓴 목적은 두가지로 보인다. 수강생(독자)에게 자본론을 쉽게 설명하여 본격적으로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읽게 하려는 속셈과 배웠으면 실천하라는 것이다. 저자는 '지금까지 철학자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세계를 해석했을 뿐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세계를 변화시키는 것이다.'라는 마르크스의 말을 인용하면서 '참된 지식은 실천으로 귀결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책을 덮고 국가, 기업, 개인 측면에서 실천방안을 고민해보자면, 우선 국가는 국가 소유(또는 점유하거나 묶어둔) 토지와 자본을 민영화하는 정책을 중단해야 한다. 장기미집행 도시공원의 일몰제 시행으로 다시 아름다운 국토가 재산권행사가 가능한 사유지로 변모되는 것은 일종의 '현대판 인클로저'라는 생각이 든다.

기업은 이윤장출의 핵심인 노동자가 경영에 참여하도록 해야하며 개인은 자신이 '노동자'라고 의식하도록 학습해야 한다. 이제까지 우리는 노동자이면서도 자본가의 이익에 이바지 하도록 교욕 받아왔고 의심없이 실행하고 있다.

저자는 자본론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이 세상이 아름다운가 그렇지 않은가를 보고 판단하라고 했지만 나는 마르크스적인 사고를 하기 위해 <자본론>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마르크스적인 사고는 나의 노동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노동의 결실에 내가 배제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는 것이다. 내 삶에 내가 소외되어서는 안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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