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知

슈베르트에 홀리다

필85 2018. 10. 28. 23:23
그는 가난한 교사의 아들로 태어나 평생 온전한 직업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사랑하는 이는 있었으나 사랑에 이르지는 못했다. 음악도시 빈의 살롱에서 그의 가곡과 기악곡들이 '슈베르티아데'라는 이름으로 자주 연주되었지만 그는 가난에 시달리면서 편안하게 쉴 곳을 갖지는 못하였다. 생애 마지막에는 병마에 시달려야 했다.

다행스럽게도 그에게는 안식이 되어준 형제와 그를 후원해주는 친구들이 있었기에 600곡이 넘는 노래, 9개의 교향곡, 그리고 실내악곡과 피아노소나타, 합창곡 등 천여곡에 이르는 작품을 남겼다.

음악사가인 도날드 J. 크라우트는 슈베르트를 이렇게 묘사했다.
"시의 분위기와 성격을 포착하는 능력, 음악에 강력한 감정적 묘사의 힘을 부여하는 능력, 단순히 음악의 아름다움만이 그것을 연주하는 사람에게도 그러한 즐거움을 전해주는 탁월함 덕분에 슈베르트의 노래는 동시대 뿐 아니라 후세대의 가수, 피아니스트, 청중에게도 엄청난 사랑을 받았다. 그의 노래는 후대 작곡가들의 표준이 되었고 그들의 대결상대가 되었다."
(<그라우트의 서양음악사>(하권), 63쪽)

올 한 해 슈배르트의 곡들만 듣고 있는 내겐 <아름다운 물방앗간의 아가씨>, <겨울나그네>, <마왕> 같은 가곡보다는 기악곡이 더 좋다. 실내악 중에는 영화 <해피엔드>(1999년)의 O,S.T.인 피아노 트리오 2번(D.929)도 좋지만 각 악장 첫마디부터 강렬한 선율이 가슴을 두드리는 현악 4중주 <죽음과 소녀>(D.810)와 겨울을 준비하는 첼로의 묵직함이 느껴지는 <아르페지오네 소나타>(D.821)가 더 울림이 크다.

교향곡 중에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8번 <미완성 교향곡>이나 9번 <그레이트>보다는 교향곡 2번이 더 와 닿는다. 특히 3악장의 단순하면서 반복되는 주제음은 슈베르트가 모든 불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큰 걸음으로 전진하는 인상을 받는다.

190년전, 3월 슈베르트는 최초이자 마지막으로 개최된 자신의 발표연주회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그 수입으로 빚도 갚고, 갖고 싶었던 피아노를 한 대 샀다. 교향곡 9번과 현악5중주 등 대작을 발표하였으며 하이든의 묘를 참배하기 위해 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그해 11월 19일 악화된 병으로 31세의 길지 않은 생을 마치고 베토벤의 묘 부근에 묻혔다.

슈베르트는 겨울에 어울리는 작곡가라는 생각이 든다. 이 겨울에 그의 음악을 더 들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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