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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드런 오브 멘

필85 2019. 6. 12. 09:18


2027년 런던은 유일하게 치안이 유지되는 곳이다. 첫 장면은 지구상에서 가장 젊은 청년 한 명이 죽었다는 뉴스로 시작된다. 그리고 테오(클라이브 오웬 분)가 커피를 사고 나온 가게는 테러에 의한 폭발로 엉망이 된다. 이 영화의 핵심은 밀려드는 불법 이민자, 반정부 무장단체에 의한 테러가 아니라 모든 여성의 불임이다. 종말을 앞둔 희망없는 세상에서 정부는 평안한 죽음을 권장한다.


어느날 테오는 테러집단에게 납치되고 두목인 옛 부인, 줄리언(줄리언 무어 분)과 조우하는데, 줄리언은 테오에게 여행증 발급을 부탁하면서 여성 한 명과의 여행을 제안한다. 세상에서 유일하게 임신을 한 흑인 여성, 키(클레어-홉 애쉬티 분)를  임신의 비밀을 밝히는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배까지 데려다 주는 여정은 순탄치 않다. 테오는 정부군에 쫒기고 설상가상으로 줄리언의 목숨을 빼앗고 리더를 차지한 테러집단의 표적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매우 사실적으로 느껴진다. 영화라기 보다는 다큐처럼 다가온는 이유는 롱테이크 촬영기법 때문일 것이다. 즉 가위로 싹뚝 잘려진 부분이 많이 없기때문에 관객은 카메라의 시선을 쉼없이 따라가게 된다. 보는 동안 호흡이 가빠지고 그만큼 몰입하게 되는 것이다. 메이킹 필름에서 알폰소 구아론 감독은 롱테이크에 많은 공을 들였음을 밝혔다. 많은 리허설과 치밀한 촬영 테크닉, 연기자들의 집중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영화 줄거리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자. 처음 든 생각은 미래가 '아이없 는 세상'이 될것이라는 착상이 대단히 창의적인 생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2006년에 개봉된 이 영화의 배경인 '2027년의 런던'은 자원이 고갈되고 있는 중이며, 알 수 없는 전염으로 신생아들이 모두 사망하고 여성은 불임이 되면서 세상은 종말로 향하고 있다는 줄거리는 나쁘지 않다.


두번째 든 생각은 미래에 꼭 아이를 낳을 필요가 있을까,라는 것이다. 이미 우리는 아이를 만들 수 있는 과학적 발전을 이루었으며 또한, 아이가 없다고 종말이라고 할 수도 없다. 여기에 더해 스스로 목숨을 끊을 만큼 미래의 인간은 인간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세번째 든 생각은 '임신하지 못하는 인간'에 대한 것이다. 이 영화에서는 아이가 끊길 것이라고 했지만, 물이 되었든, 빛이 되었든, 아니면 정신적인 어떤 것이든 우리의 미래는 어떤 요소의 결핍이나 단절에 의해 인간의 계층이 극명하게 갈라지고 종국에는 인류의 멸망으로 이어지지 않겠는가. 그래도 희망이 있다는 것을 영화는 보여준다. 희망의 이유는 보여주지 않는다. 처음부터 희망의 이유는 없는지도 모르겠다.


다시 영화장면으로 돌아가보자. 영화의 거의 마지막 부분에서 나는 볼을 타고 흐르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모든 무기를 내려놓게 만드는 '그 어떤 것' 때문이었다. 이 한 장면만으로도 나는 이 영화를 모두에게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