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知

일머리와 공부머리 트이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면_서점은 내가 할게

필85 2024. 3. 17. 22:42

나는 내가 하는 일을 사랑하는 사람, 내게 주어진 삶을 거부 없이 신나게 사는 사람, 운이 좋다.”

 

강정아 선생님은 사심 없이 일했기 때문에 일이 이뤄지고 하늘이 자신을 도왔다, 고 생각하는 분입니다. ‘운이 좋았다.’면서 겸손하게 말씀하였습니다. 강정아 선생님은 부산에서 25년 동안 어린이 전문서점 <책과아이들>을 운영하였습니다.

 

<서점은 내가 할게>(빨간집)는 강정아 선생님이 그동안 해 오신 일을 인터뷰 형식으로 소개합니다. 책의 부제는 ‘<책과아이들> 25년의 기록입니다. 공동 저자인 이화숙 님은 이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동네책방의 존재의미를 다시 생각해 봤으면’’ 하고 바랐습니다.

 

  이 책은 두 가지 방향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하나는 강정아 대표님이 서점을 활용하여 아이들에게 어떻게 독서의 즐거움과 유익함을 퍼뜨려왔는가하는 내용입니다.

 

12일 독서캠프, 친구 또는 부모와 함께 책 읽기, 책 읽고 연극 만들기, 세이레(21일)세이레(21일) 동안 집중적으로 읽기,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이야기 프로그램 등 나열하기에도 벅찹니다. 이 모든 일을 혼자 한 게 아니었습니다. 강 대표님은 아이와 학부모와 함께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서로서로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두 번째, 서점을 다녀간 아이들이 커 가는 모습을 읽을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책에서 발견한 주제와 관심 사항을 이해하고 음악으로, 미술로, 연극으로 표현합니다. 때로는 행동으로 실천하기도 합니다. 여기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학원만 뱅글뱅글 도는 아이들과는 달랐습니다. 어떤 청년의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는 서점에서 참 많이 배웠다.’고 하면서, 여기에서 일머리와 공부머리가 트였다고 고백하였습니다.

 

  저도 책을 좋아합니다. 강정아 선생님의 책 이야기를 듣는 동안 생각이 일치하는 부분이 있어 기뻤습니다. 강 선생님은 그림책을 잘못 고르면 아이들이 집중을 못한다고 하면서 독서교육은 책 고르기에서 시작해서 책 고르기로 끝난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점을 운영하면서 아이들에게 좋은 책만 선정해서 소개하려는 선한 욕심이 있었습니다.

 

강 대표님은 자신의 아이들이 어릴 때, 전집 밖에 살 수 없는 환경에 절망하였습니다. 세계 명작 전집의 대부분이 구성과 내용, 번역이 모두 엉망이었습니다. 강 대표님이 서점을 시작하기로 마음을 먹었던 이유도 책 고르기라는 문제에 직면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제 생각도 똑같습니다. 독서에 흥미를 갖지 못하는 사람에게 어떤 책을 읽어 왔는지 물어보면 답이 나옵니다. 유명한 인문서나 베스트셀러 도서를 손에 잡았던 경우가 많습니다. 몇 장 읽어보고는 역시 나는 책과 안 맞아!’하고 책을 멀리 던져버립니다. 저는 이런 분에게 가벼운 자기계발서부터 권합니다. 역량개발과 구체적인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해답을 제공하는 책은 쉽게 페이지를 넘길 수 있고 독서 목표량도 채울 수 있습니다. 독서력이 쌓이면 문학, 예술, 철학책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가게 됩니다.

 

생각의 공통점이 또 있습니다. ‘책에 모든 답이 있다.’는 믿음입니다. ‘30분의 독서로 가라앉지 않는 슬픔은 없다, 라는 말이 있잖아요이 말은 집을 뛰쳐나온 젊은 날의 강정아 선생님이 책에서 위로받고 쏟아낸 말입니다. 강 선생님의 아이가 돌이 되기도 전이었다고 합니다. ‘독박육아에 몸도 마음도 다 고갈되어 이대로 살 수 없다,는 생각에 집을 뛰쳐나오기는 했지만 갈 곳이 없었습니다. 도서관으로 향했습니다. 강 선생님은 12시간 동안 책을 읽었다고 합니다.

 

저는 책을 읽을 때마다 내가 무지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지금은 내게 필요하지 않을지라도 언젠가는 내게 도움이 되겠구나, 생각하면서 독서카드에 내용을 메모해 둡니다.. 어쩌면 이 내용이 필요한 사람이 있겠다 싶어서 동영상을 만들고 카드뉴스로 만들어 유튜브, 페북, 인스타에 게시합니다. 책은 답을 알고 있습니다. 펼치기만 하면 됩니다.

 

  기억에 남는 대목이 있습니다. 강정아 선생님은 ‘(서점을 다녀간) 아이들이 나중에 결혼한다면 자기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자 여기 잠잠이 할머니 선생님이야, 하고 저를 소개해주길 바라는데, 너무 큰 꿈인지 모르겠네요하고 말했습니다. ‘잠잠이는 강 선생님의 별명입니다. 강정아 선생님은 지난해 운명하셨습니다.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하늘이 자신을 도왔다고 우리에게 말씀하셨지만 너무 일찍 돌아가셨습니다.

 

  부산교대 정문에서 살짝 비켜난 곳에 소담스럽게 앉아 있는 서점에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가봐야 할 곳이라면서 아는 분이 소개해 주었습니다.

 

매서운 겨울바람이 부는 날이었습니다만, 서점 안은 따뜻했습니다. 대표님이 계시지 않아도 <책과아이들>은 계속될 것입니다. 부산교대 정문에서 직진하여 80미터, 문방구를 끼고 왼쪽으로 다시 80미터를 가시면 책과 아이들이 있습니다.

 

 

https://youtu.be/a_W5TN3Lqkg?si=k8utlYwRN3dUGo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