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知

모든 삶은 흐른다

필85 2024. 4. 7. 23:08

우리라는 존재의 수수께끼를 풀고 싶다면, 바다 앞에 서기를 바란다. 파도의 리듬에 맞출 때, 파도의 움직임과 빛이 보여주는 놀라운 아름다움 속에 있을 때, 산다는 것과 충만함이 무엇인지 대략 보일 것이다.”

 

<모든 삶은 흐른다>의 저자, 로랑스 드빌레르는 서문에서 책을 쓴 이유를 밝혔습니다. 그는 바다를 통해 산다는 것과 충만함이 무엇인지보여주겠다고 했습니다. 철학자의 통찰력은 우리가 그동안 무심하게 바라보았던 바다를 삶의 안내자로 바꿔 놓았습니다.

 

지난 토요일, 송정에서 로랑스 드빌레르가 말하는 바다를 만났습니다. 그의 말처럼 바다 앞에 서면 존재의 수수께끼를 풀 수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모든 삶은 흐른다>에서 저자는 바다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일을 소재로 살아가는 데 힘이 되는 지혜를 뽑아냅니다. 밀물과 썰물, 무인도, 난파, 해적, 상어, , 등대, 빙하, 깃발에서 자유, 신중함, 용기, 상상력, 휴식, 당당함을 이야기합니다. 바다가 등장하는 문학작품, <로빈슨 크루소><모비딕>도 소개합니다.

 

바다로부터 배우는 교훈 중 하나는 겸손입니다. 우리가 바다에 떠 있게 되면, 물결이 이끄는 대로 밀려오고 쓸려가고, 물결이 정한 법칙을 그저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이처럼 우리는 바다에 있을 때 겸손해질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자유도 바다가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미덕입니다. 바다는 경계도 장애물도 없습니다. 바다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자유를 미루지 말라고, ‘인생을 제대로 산다라는 말은 쓸데없는 걱정으로 자신을 가두지 않는 것이라고.

 

저자는 바다로부터 철학적인 면만 끄집어내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살아가면서 필요한 구체적인 방법도 제시합니다. 바다의 아름다움을 쫓아다니지만 말고 아름다움을 통해 예상치 못한 감동을 할 수 있게 감각을 갈고닦아야 한다고 충고합니다.

 

저는 신중함에 대한 저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신중함 자체가 삶의 무기가 된다고 알려주었습니다.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나 그러한 상황에서도 미리 앞을 내다보는 능력이 신중함이라고 하면서, 무엇을 하더라도 상황, 권력구조, 주요 관련자들을 잘 파악해야 한다, 고 저자는 강조했습니다.

 

아름다움을 즐기기 위해 감각을 갈고닦는 것, 신중함은 상황을 파악하는 능력에 있다는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이것 외에 삶에 필요한 상상력과 자신감, 힘든 시간을 극복하는 방법을 철학자의 따뜻한 시각으로 들려줍니다. 이 책이 스테디셀러인 이유를 알겠습니다.

 

  저는 책을 읽는 동안 예전에 바다에서 수영하던 때가 떠올랐습니다. 바닥에 발이 닿고 일직선으로 펼쳐진 레인을 따라 실내에서 수영하는 것과 바다 수영은 차원이 다릅니다. 저는 한때 해운대에서, 송정에서, 태종대에서 해방감을 만끽했습니다. 자유에 따르는 위험도 있습니다. 해파리의 공격과 얼음처럼 차가운 바다, 짙게 깔린 해무를 만나면 두렵기도 했습니다.

 

체력적인 한계를 깨닫고 그만두기는 했지만, 아직도 바다만 보면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언제든 뛰어들 수 있는 바다를 가진 도시에 사는 것은 제게 큰 행운입니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바다를 보면서 수영 말고 다른 생각도 가지게 되었습니다. 힘든 삶 속에서 나를 안내해 줄 등대 가지기’, 거친 파도에도 나를 막아줄 방파제 만들기’, 강한 바람에 휩쓸리지 않도록 나만의 닻 내리기입니다. 이 정도만 갖추면 충만한 삶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오랜만에 찾은 송정의 바다는 잔잔했습니다.

 

 

https://youtu.be/FKeRyfCNSMw?si=j4WoldfaEsY9Pj7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