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知

우리 삶의 근거 농사_녹평 182호

필85 2024. 4. 21. 22:14

<녹색평론>(이하 녹평’)이 일 년 남짓 휴식기를 가지고 2023년 여름호로 복간했습니다. 통권 182호입니다.

 

제가 조금이라도 정치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 녹평 덕분입니다. 여기서 정치적이라는 말의 의미는 우리 사회가 호들갑 떨지 않고 조금 더 안전하고 조화로운 관계로 나아가는데 필요한 의견을 말합니다. 녹평을 읽고 나면 별도로 독서카드를 만듭니다. 제가 나태해졌거나 무기력하다고 느껴질 때 카드를 넘기며 메모해 둔 글을 읽습니다. 다음은 녹평에서 훔쳐 온 문장입니다.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기존 정책에 대한 대안을 개발하는 것이며, 정치적으로 불가능한 것이 정치적으로 불가피한 것이 될 때까지 그 대안이 살아있고 유효하도록 지키는 것이다.”(녹평 138, 밀턴 프리드먼)

 

  이번 호는 전쟁과 기후재앙이 어떻게 지구를 위기에 몰아넣고 있는지 논증하는 글이 많았습니다. ‘정당한 전쟁은 없다’(한승동), ‘미국 대중 전략과 워싱턴 선언’(남문희), ‘전쟁의 생태적 비용’(배보람), ‘전쟁에 대한 풀뿌리의 대안’(스티븐 준스) 같은 글입니다.

 

배보람 생태전환연구소 실장의 말이 귀에 꽂혔습니다. 전쟁은 어떤 경제활동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과 성과를 파괴한다고 실장은 주장합니다. 군사 활동으로 인한 탄소 배출량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5.5%를 차지할 것으로 추정하였습니다. 이는 중국, 미국, 인도 다음으로 높은 비율이라고 합니다. 전쟁은 세계 4위 탄소배출국이 되었습니다.

 

오염의 자연화라는 말은 더 충격적입니다. 하늘에 뿌려진 다이옥신이 섞인 고엽제와 핵무기나 포탄의 폭발로 인해 발생한 낙진이나 오염물질은 자연에 고스란히 남아 생태계의 순환고리에 묶입니다. 오염이 그 자체로 자연이 되어 토양과 지하수, 하천과 식물, 동물에 흡수되고 이들이 삶의 경로를 따라 순환하며 유전됩니다.

 

배보람 실장은 전쟁은 가장 확실하고 광범위하게 높은 수준으로 오염을 ’자연화‘시킨다, 고 경고합니다. 자연에 기대어 먹을 것을 기르고 채취하는 사람에게 치명적입니다. 자연에 기대지 않는 지구인이 어디 있겠습니까?

 

  새로운 발행인, 김정현 대표는 녹평이 일관되게 관심을 가져온 주제는 지속가능한 문명, 즉 좋은 삶과 사람살이의 근본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이라고 하면서 지구라는 유한한 체계 속에서 인류 문명이 지속성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느냐를 생각했을 때, 인간 생존의 궁극적 근거인 토양, 즉 농사를 중심에 두고 사고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저는 얼마 전 보았던 나영석 PD의 ‘콩콩팥팥(’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의 줄임말)’이라는 프로그램이 떠올랐습니다. 미남 배우 김우빈이 머리에 포마드를 바르고 쪼그리고 앉아서 밭을 매는 장면이 시청자의 관심을 모았습니다.

 

깻잎이 숲처럼 풍성하게 자라고, 가느다란 줄기에 수박이 달리는 모습을 보면서 출연자들은 매회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출연자들은 생명이 자라고 열매 맺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희열과 행복감을 느꼈습니다. 마을을 지키고 있는 동네의 청년과 어르신들과 교류하면서 정도 나눴습니다.

 

  나영석 PD도 농업이 우리의 미래라는 것을 알아차렸을까요?

 

 

https://youtu.be/6bU7cEyEwhI?si=0jePigFy5pTWVYQ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