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나나>는 태국 방콕의 ‘소이 식스틴’이라는 거리를 중심으로 고단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집장촌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소설의 주인공 ‘레오’는 스물여섯에 아프리카 여행계획을 세우고 잠시 방콕에 머무르기를 계획했었지만 꼬박 여섯 달을 채우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가 머문 이유는 ‘윤회’때문이었다. 우연히, 아니 윤회설에 의하면 운명적으로 마주친 직업여성이 몇 백 년 전 그의 아내였기 때문이었다. 그때는 공주였지만 지금은 직업여성이 된 ‘플로이’ 곁에 머물면서 레오는 그녀에게 사랑을 구한다.
뜻(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한국에 돌아와 회사생활을 하던 중 교통사고에서 죽을 고비를 넘긴 레오는 또 한번 방콕으로 플로이를 찾아가지만 그녀의 냉대는 나아진 게 없다. 그동안 소이 식스틴의 거리, 그녀가 머문 아파트 주변의 인물과 방을 함께 사용한 직업여성들에게는 많은 일들이 일어났었고 두 번째 방문에서 레오도 사건에 말려들거나 사건의 중심에 서기도 하였다. 또 한번 삶의 좌절감을 맛보고 한국에 돌아온 지 3년 정도 지난 후 플로이의 사망소식을 듣고 레오는 소이 식스틴으로 달려왔지만 그를 맞이한 것은 플로이의 주검이었다.
소설의 발단은 레오가 다른 곳에서는 불가능 하지만 방콕에서는 만나는 사람들의 전생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운명처럼 ‘플로이’에게 끌린 것도 그것 때문이었다. 또한 그로 인해 플로이는 그에게 마음의 문을 닫았다.
책의 뒷 부분에서 레오도 깨닫게 되는 사실이지만 우리의 전생은 하나가 아니다. 나는 누군가로부터 배신을 당해 억울한 죽음을 당했을 수도, 또 가해자로 누군가를 핍박했을 수도 있기 때문에 현생의 인연에 대하 전생의 업보를 연관시켜 괴로워하거나 즐거워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된다.
책에서는 성과 관련된 이야기와 직업여성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성을 돈벌이로 살아가는 그들의 삶을 담담하게 들려주는 저자의 입장은 그녀 또는 그(게이, 성전환자)를 별다른 시선으로 보지 않기를 바라는 것 같다.
삶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재미있고도 가치있는 소설이다.
- 박형서 장편소설, 문학과 지성사, 406p
- 201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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