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궁전>의 저자인 폴 오스터가 30대에 썼다는 <고독의 발명>은 자전적인 글쓰기의 흔적이 있다. 작품에 작가 자신의 삶이 투영되겠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폴 오스터의 생각속으로 빠져드는 기분이 든다. 작가와 가까워진다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책에는 두 가지 이야기가 있다. 갑자기 돌아가신 아버지의 장례를 진행하면서 그동안의 삶을 반추해 나가는 <보이지 않는 남자의 초상화>와 방안에 고독하게 혼자 앉아서 생각의 흐름대로 기술해간 <기억의 서>가 그것이다. <보이지 않는 남자의 초상>을 읽으면서 과연 '아버지'라는 존재는 그 아들에 의해 읽혀질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아버지 사이에 일어났던 여러 사건들을 기억에서 끄집어내어 세척해 가는 과정은 살아가면서 필요할 지 모르겠다. 아니, 어쩌면 소용없는 일일지도. 하지만 나는 글을 통해서 언젠가는 아버지와의 관계를 정리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다.
<기억의 서>를 읽으면서 나는 전채작가인 폴 오스트의 생각과 글을 따라 읽어 내기가 쉽지 않았다. 지은이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면서 글이 흘러가고 있었다.
두 개의 글이 <고독의 발명>과는 무슨 상관일까? 나는 책상에 앉아 종이와 씨름하고 있는 폴 오스터를 연상해 본다. 폴 오스터는 글쓰기, 생각하기, 추억하기가 고독으로부터 온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일까?
'고독의 발명'이란 단어가 260쪽에 직접 언급되어 있다.
"고독의 발명.
그는 말하고 싶어한다. 다시 말해서 그는 의도한다....그는 자기가 의도하는 것을 말하고 싶어한다. 그는 자기가 의도하고 싶어하는 것을 말한다. 그는 자기가 말하는 것을 의도한다."
- 폴 오스터 지음, 황보석 옮김, 열린책들
- 201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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