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의 나이에 등단한 박완서의 초기 소설이다.
전쟁이 시작되기전 나의 아버지는 갑자기 돌아가시고 전쟁으로 두 오빠를 잃었다. 그 이후 어머니는 삶의 의지를 스스로 꺽어버렸고 주인공인 나는 미군부대 PX내의 초상화부에서 짧은 영어식력으로 목마른 삶을 이어가고 있다.
소설은 주인공 '이경'과 전기공 '태수', 화가 '옥희도', 미군 '조'와의 사랑, 두 오빠의 죽음에 원인을 제공했다는 '이경'의 가책과 엄마에 대한 증오가 잔잔한 필체로 이어진다.
작가는 절망의 시절, 전쟁과 고독으로 상처받은 영혼의 방황을 잘 그려낸 것 같다. 주인공 '이경'은 화가 옥희도가 그렸던 '꽃도 잎도 열매도 없는 참단한 모습의 고목'은 사실 '봄에의 믿음으로 의연히 겨울을 기다리는 나목'이었던 것을 세월이 흐른 후 그의 유작전시회에 가서야 알았다.
- 박완서, 세계사, 322쪽
- 2012.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