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知

2013년 제37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필85 2013. 9. 1. 13:47

2013년 제37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대상을 받은 김애란의 <침묵의 미래>는 언어의 소멸에 관한 우화이다. 각 언어의 대표자들이 소수언어 박물관에 모여 살면서 언어의 소중함을 알리고 보호하려 한다. 그러나 박물관에 사는 언어의 대표자가 사망하면 그 언어도 영원히 사라지는 아이러니가 있다.


이상문학상 심사자들이 평가하였듯이 이야기 같지도 않은 이야기를 글로써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어 독자로 하여금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작가의 능력이 대단하다.


나머지 단편 소설도 충분히 감동적이고 일부는 충격적이다.

 

소설은 상상의 결과물이기는 하지만 현재의 삶에 그 실마리가 있다,는 생각도 해 보았다.


몇 개의 감탄스러운 문장이 여기에 있다.

“윤희의 가슴 밑바닥에는 발설되지 못한 말들이 하역된 채 녹슬었다.”(손흥규, ‘배우가 된 노인’)

“텅 빈 공원에서 윤희가 내 뱉은 말이 바람에 뒹구는 쓰레기처럼 누군가에게 멱살을 잡힌 채 발을 질질 끌며 멀어져 갔다.”(손흥규, ‘배우가 된 노인’)

“불현듯 뒤늦게 생각났다는 투로 진심을 축소시켜 꺼내보여야 하는 건 고독한 일이다.”(염승숙, ‘습’)


이상문학상 작품집을 읽으면 창의적인 작가들의 머릿속을 유영하고 온 기분이다. 상쾌하다.


- 김애란 <침묵의 미래>, 함정임 <기억의 고고학>, 이평재 <당신이 모르는 이야기>, 편혜영 <밤의 마침>, 손흥규 <배우가 된 노인>, 이장욱 <절반이상의 하루오>, 염승숙 <습>, 김이설 <흉몽>, 문학사상

- 2013.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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