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知

녹색평론 152호 분배정치_역사읽기

필85 2017. 6. 4. 23:41

녹평 152호(17년1-2월)에는 촛불집회에서 진가를 발휘한 방송인 김제동씨의 인터뷰와 함께 헌법과 시민의회 이야기로 시작한다. 무엇을 어떻게 먹는가에 따라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를 선택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우석영 작가의 식탁윤리와 쿠바의 녹색혁명과 협동조합에 대한 고찰도 실렸다.

이번 호에서 재미있게 읽은 것은 분배정치에 대한 이야기와 박물관 전시를 통해 본 역사읽기다.

조문영 연세대 교수는 제임스 퍼거슨의 <분배정치의 시대 - 기본소득과 현금지급이라는 혁명적 실험>이라는 책을 소개하면서 '분배정치는 생산과 노동, 가족과 사회, 의존과 권리에 대한 새로운 사유방식을 전면에 등장시킬 뿐 아니라 연역적 판단보다 귀납적 실험에 무게를 두면서 지식 생산자와 정책입안자, 시민사회간의 새로운 연대와 협력을 요구하고 있다'(135쪽)고 한다.

제임스 퍼거슨의 주장을 간단하게 말하면 가난한 자 또는 빈곤국가에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지 말고 그냥 물고기를 주라는 것이다. 이 책의 원 제목은 'Give a "Man" a Fish'이다. '분배가 생산의 결과가 아니라 토대'가 될 수 있다는 제임스 퍼거슨의 주장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다음은 역사읽기에 대한 이야기다. 미국 포틀랜드 대학 케네스 루오프 교수는 <한국의 박물관들은 역사를 어떻게 서술하고 있는가(2)>라는 글에서 우리의 일방통행식 역사인식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내 놓는다.
"독립 기념관을 방문하는 한국인들에게 보다 보람있는 일은 단지 반일감정을 주입 받는 게 아니라, 위안부의 모집에 조선인들이 공모했다는 사실을 알고, 일제 식민지 통치 이외에 어떤 사회적 조건들이 그러한 상황을 만들었는지를 숙고해 보는 것이다."(145쪽)

"(일본 오사카에 공동체를 형성하면서 거주하는 제주도 출신자들이 식민지시대의 경제적 착취때문에 고향을 떠난 것이 아니라 '해방이후 미국과 한국정부의 탄압'때문이라고 설명하는 제주4.3기념관의 전시내용은) 외부세력에 의해 한국인들이 희생을 당했다고 합창을 부르는 국가적인 언설에 동조하기를 거부하고, 독자적으로 역사적 사건의 디테일을 묘사하는 이 기념관의 역사서술 방식의 한 결과인 것이다."(154쪽)

역사를 어떻게 기억하고 서술하는가,하는 판단은 우리가 당면한 미, 중, 일 외교문제 뿐만 아니라 개헌을 비롯한 국내상황을 풀어가기 위한 중요한 의사결정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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