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知

분배정치의 시대

필85 2017. 7. 17. 14:31

"가난한 사람들이 빈곤을 탈출할 효과적인 방법을 찾도록 직접 돈을 주는게 낫다는 확신에 뿌리를 둔 새로운 사유의 물결", "조용한 혁명", "글로벌 남반구로부터의 개발혁명"(57쪽)
기본소득으로 현금을 지급하는 아프리카 몇 나라의 혁명적인 실험에 관한 전문가의 표현이다.

제임스 퍼거슨의 정의에 따르면 기본소득은 '국가가 모든 시민에게 매달 약간의 현금을 조건없이 제공함으로써 지속적인 빈곤의 위기에 대응하는 것'(275쪽)이라고 한다. 저자는 현금지급과 무조건적인 지급의 타당성을 논리적으로 설명한다. 기본소득은 '진짜 부모를 가려내거나 친부의 책임을 부과하고, 올바른 행동이나 가족형태를 강제하려는 어떤 시도도 하지 않는다.'(63쪽)라고 설명한다.

가난한 자들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것은 '의존성'이라는 해약때문에 그들을 더욱더 '수동적, 비도덕적, 비활동적 인간'으로 만들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저자는 나미비아의 사례를 들어 반박한다. 보조금 수령자들은 '사업을 시작하거나 구직활동을 했고, 새로운 주민조직이나 집단 프로젝트에 참여'했다고 한다. 그들의 지출은 '낭비가 아니라 강력한 형태의 활동, 즉 수많은 타인을 고무시키고 영향을 미치는 활동'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책의 마지막 단락에서 '분배정치와 그 실험적 가능성에 관한 내 논의도 단지 이 주제의 겉만 핧았을 따름'이라고 했다. 2016.6월, 스위스의 국민투표에서 기본소득을 지급하려는 안건은 부결되었다. 저자의 말처럼 실험적 가능성만 있고 실행은 요원해 보이지만 고용없는 성장시대에 임금노동자가 되지 못하는 시민에 대한 대책이 필요한 시간이 되었다.

'성장'만이 해법이라고 믿었던 나에게 퍼거슨은 '바보야, 문제는 분배야'라고 소리친다. 조건을 둔 기본소득의 변형된 형태가 최근 우리사회에 도입되고 있다. 삶의 형태를 뒤흔들 '기본소득'에 대해 지켜볼 필요가 있다. '분배'의 문제는 정치라기보다는 철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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