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知

설국

필85 2018. 2. 13. 00:34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애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섰다."(소설의 시작 부분)

시마무라눈 이제 정식 게이샤가 된 고마코를 온천에서 다시 만난다. 부모의 재력 덕분에 도쿄에서 이런 저런 문예적 취미생활로 살아가는 시마무라에게 설국은 그에게 '진정으로' 살아있게 만드는 시간이다.

첫 문단도 유명하지만 다시 도쿄로 돌아가는 그의 모습을 묘사한  글도 가슴에 와 닿는다.
"국경의 산을 북쪽으로 올라 긴 터널을 통과하자, 겨울 오후의엷은 빛은 땅 밑 어둠속으로 빨려 들어간 듯 하다. 낡은 기차는 환한 껍질을 터널에 벗어던지고 나온 양,  중첩된 봉우리들 사이로 이미 땅거미가 지기 시작한 산골짜기를 내려가고 있었다.  이쪽에는 아직 눈이 없었다."(75쪽)

<설국>에서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문장은 밤새 내려 이미 마을을 덮은 눈처럼 차가우면서 따뜻하다. 저자가 이 소설의 무대가 된 니가타 현의 어느 한적한 온천에서 이 작품을 직접 집필했기 때문이리라. 문장이 살아있음을 느낀다..

작가는 '내 소설의 대부분은 여행지에서 씌어졌다. 풍경은 내게
창작을  위한 힌트를 줄 뿐 아니라 통일된 기분을 선사해준다.
여관방에 앉아 있으면 모든 걸 잊을 수 있어 공상에도 신선한 힘이 솟는다. 혼자만의 여행은 모든 점에서 내 창작의 집이다.'라고 어느 글에서 밝혔다고 한다..(154쪽, 작품 해설 중)

설국에서 전개되는 시마무라, 고마코 그리고 요코의 삶과 사랑이야기 중 고마코의 말이 잊혀지지 않는다.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는 건 오직 여자 뿐'이라는.

다시 읽어봐도 내용은 내용대로, 문장은 문장대로 읽는 이의 가슴을 따뜻하게 해주고 아름다운 설국의 풍경을 떠올리게 해주는 책이다. 이 겨울에 꼭 읽어야 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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