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당신은 나를 사랑하나요?"
"왜라니요? 마리아! 어린애한테 왜 태어났냐고 물어보십시오.꽃한테 왜 피었냐고, 태양에게 왜 비추냐고 물어보십시오. 나는 당신을 사랑하도록 되어있기 때문에 사랑하는 겁니다."(135쪽)
세계적 비교언어학자인 막스 뮐러는 평생 한 편의 소설을 썼다. <독일인의 사랑>은 불치병을 앓고 있는 귀족, 마리아와의 사랑에 대한 한 남자의 회고록이다. 어릴 때부터 쌓아온 우정이 사랑으로 바뀌었지만 영주의 가족이라는 신분차이와 떠도는 소문때문에 마리아는 망설인다. 남자가 그녀에 대한 헌신적인 사랑을 표현하면서 그들의 사랑이 완성되는가 싶더니 마리아의 생명의 불꽃이 다하고 만다.
막스 뮐러는 '사랑은 우리의 생명과 더불어 이미 우리에 속해있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도 우리에게 가르쳐주지 않는다고 하면서 '사랑이란 만인의 심장을 타고 흐르는 대양아닌가. 그래서 누구든 저마다 그것은 자신의 사랑이라하지만 실은 온 인류에게 생명을 주는 맥박인 것이다.'(102쪽)라고 말한다.
<정체성>(밀란 쿤데라 저)에서의 프랑스적 농담같은 사랑, <설국>(가와바타 야스나리 저)에서의 일본인의 차가움 속 은근한 사랑과 <독일인의 사랑>은 다르다. 독일인의 사랑할 수 밖에 없는 논리적 상황은 인류와 신에게로 이어진다. 교훈적인 면도 있다.
다음은 마리아가 세상을 떠난 후, 그녀의 주치의가 슬픔에 잠긴 주인공에게 하는 말이다.
"헛된 슬픔에 사로잡혀 하루라도 잃는 일이 있어서는 안되네. 자네가 아는 인간들을 도와주게나. 그들을 사랑하면서 한때 이세상에서 마리아 같은 성품의 인간을 알고 지냈으며 사랑했던 사실을 신에게 감사하게 또 잃은 것 까지도"(139쪽)
사랑은 이기적이라는 나의 생각에 물음표를 던지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