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知

누군가에게 온전히 무엇이 되어_원광해_200614

필85 2020. 6. 14. 23:10

"(나의) 글들의 끝은 항상 세상에 대한 의지와 희망, 혹은 비관에서 태어난 희망의 씨앗 같은 것이라 말하고 싶다"(책 앞 날개에서)

 

원광해 시인은 그의 첫 시집 <누군가에게 온전히 무엇이 되어>에서 '일상이 아닌 일상을 대하는 법'에 대하여 노래하고 있다. 나는 그의 시집에서 세 가지 큰 줄기, 즉 남에게 내보이기 꺼려했던 불안함, 사람과의 관계, 행복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우울한 퇴근길에서>, <사는 게 힘들다고 느껴질 때>, <오피스 맨의 비애>에서는 직장인으로서의 일상의 모습을 그렸다. 시인은 '객관적으로 정돈된 자아 말고 내면에서 애써 감추며 살아가야 하는 들키기 싫은 불안함 같은 것이 늘 존재하고 있었는지 모른다.'고 책 소개글에서 밝혔다.

 

<인간관계 비관>, <우리의 인연처럼 목련이 지는 날>에서는 '행복이나 사랑에 대한 고민'은 결국 사람에 대한 문제라고 시인은 고백한다. '사람들이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면 / 같은 적을 만들어 힘주어 떠들고', '인간은 서로서로 어울리는 척하며 /철저하게 각자 살아갈 뿐이다'고 하면서 '믿었던 그대가 무척이나 서운한 날 / 그래서 더더욱 그 사람이 보고 싶은 날'에 대하여 노래하고 있다.

 

<출근>, <계절을 반기다>, <쏘맥 한 잔> 그리고 part 4 '그럼에도 행복하다'에서는 시인의 행복관을 알 수 있다. 시인이 생각하는 행복은 자신에 대한 사랑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처럼 보인다. <인연>, <바램>, <정말 행복한 사람>에서 시인은 '가끔은 / 자기 자신에게도 칭찬을 해주자'고 하면서 '분명 / 누군가에게 나는 / 세상에서 제일 기분 좋은 사람일테니까'라고 한다. 이와 함께 '나는 / 그저 / 나만의 것'이며 '인생의 유일한 승자는 / 자기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 / 스스로 충분히 '행복한 사람'이 아닐까'라고 한다.

 

시집의 표지 디자인이 세련되었다. 흐드러지게 꽃 핀 나무사이 두 줄의 글이 흘러내리고 있다. '눈부시게 화려한 봄볕 아래 / 가끔은 너도 나처럼 눈물이 날까?'라는 문장은 이 시집을 관통하는 표현이다.

 

누군가에게는 무덤덤한 일상이 원광해 시인에게는 온전히 시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