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경제학의 창시자인 대니얼 커너먼은 심리학자임에도 불구하고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생각에 관한 생각>의 저자 커너먼 교수는 '우리는 자신에 대해 모르는 것이 생각보다 많다.'고 한다. 이 책은 우리 자신도 모르는 생각들이 어떤 방식으로 펼쳐지고 그 생각에 의해 어떻게 결정하고 행동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책이 내게 주는 의미는 이것이다. 나는 이제까지 '충분하고 논리적인 증거와 근거에 의해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해 왔다는 생각'에 대하여 700페이지가 넘는 분량으로 '내가 틀렸다'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커너먼 교수는 인간의 생각을 시스템 1과 시스템 2로 나누어 설명한다.
"시스템 1은 저절로 빠르게 작동하며, 노력이 거의 또는 전혀 필요치 않고, 자발적 통제를 모른다. 시스템 2는 복잡한 계산을 비롯해 노력이 필요한 정신활동에 주목한다. 흔히 주관적 행위, 선택, 집중과 관련해 활동한다."
"우리는 자신을 시스템 2와 동일시한다. 의식적이고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자아이며, 믿음이 있고, 선택을 하고,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행동할지 결정하는 자아다. 시스템 2는 스스로를 사고와 활동의 주인공이라고 믿지만, 이 책의 주인공은 저절로 작동하는 시스템 1이다."
저자는 시스템 1이 일으키는 편향에 대해 다양한 실험과 논리로 설명한다. 실험자에게 노인을 상기시키면 걸음이 느려진다는 점화효과 부터 시작해서, 대표성 어림짐작, 회상용이성 어림짐작, 기준점 효과, 심리 계좌, 인과관계 착각, 결합오류, 이해착각 등 그 예는 많다.
시스템 1의 오류 또는 인간이 가진 편향을 어떻게 제거할 수 있는가? 저자는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한 거의 불가능하다고 하면서도 책 곳곳에 해결책이 될 만한 충고를 제시하고 있다. 나는 크게 세 가지 정도로 분류해 보았다.
첫번째는 오류에 빠졌거나 빠질 가능성에 대하여 의심하고 시스템 2에게 협조를 요청하는 것이다. 시스템 2는 판단의 속도를 늦추고 계산기를 두드릴 것이다. 두번째는 시스템 1으로부터 발생하는 어림짐작과 거기서 생기는 편향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다. 저자는 '풍부한 어휘는 건설적 비판 기술에 필수'라고 강조한다. 즉 '기준점 효과, 좁은 틀짜기, 과도한 일관성 같은 말들은 편견, 편견의 원인과 영향, 편견을 깨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우리가 아는 모든 것을 기억에서 불러모은다'고 한다. 두번째 제시한 해법은 우리가 행동경제학과 범위를 조금 넓힌 '의사결정론'을 공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세번째는 조직의 힘에 기대는 것이다. 대니얼 커너먼은 오류를 피하는데는 개인보다 조직이 한 수 위라고 하면서 '조직은 당연히 좀 더 천천히 생각하고, 체계적 절차를 도입할 힘이 있기때문이다. 조직은 정교한 훈련을 실시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참고 부류 예측'이나 '실패 사전 점검' 같은 유용 체크리스트를 도입해 실행 할 수 있다'고 한다.
내가 CEO가 된다면 꼭 도입하고 싶은 것이 '실패 사전 점검'이다. 이 방법은 '보이는 것이 전부라는 편향과 무비판적 낙관주의 편향에 취약한 계획의 피해를 줄이는 데 기여한다.'고 한다. 조직이 중요한 문제를 결정하고 아직 공식화 하기전, 그 결정을 잘 아는 몇 명을 모아서 CEO가 이렇게 이야기 하면 된다.
"1년 미래를 갔다고 상상합시다. 우리는 이 계획을 그대로 실행했어요.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5분에서 10분 정도 시간을 줄테니 그 참담함에 대하여 내력을 짧게 써 보세요"
개인적으로 명심해 둘 일 또는 참고할 만한 교훈도 있다. 먼저 '증거가 빈약하면, 기저율에 충실하라'는 충고다. 의사결정에 자신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눈에 보이는 대로, 내가 쉽게 회상할 수 있는 범위내에서 또는 어려운 문제를 내가 아는 쉬운 문제로 대체해서 풀어버리지 말고 기본적인 통계나 확률을 먼저 챙겨보라는 것이다.
'인지적 편안함'이라는 챕터에서 저자가 설득력 있게 글을 쓰는 방법을 설명한 내용도 귀에 쏙 와 닿는다. 저자는 '전달하려는 내용을 간결하게 표현하고, 더불어 기억하기 좋게 표현하라. 가능하면 시처럼 써라. 그러면 진실로 받아들어질 공산이 크다'고 하면서 '의미가 같은 문장이라도 운을 맞추면 더 통찰력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한다.
직관력, 통찰력을 기르는 문제는 나의 오래된 숙제다. 결코 끝내지 못할 숙제라는 것도 알고 있지만 생각에 관한 생각을 하는 동안 반 걸음 정도 내 딛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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