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평범한 진리가 놀랍도록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이렇게 모아 놓은 조금은 낯선 낯익은 이야기가, 오래된 기도 같은 이야기가 다른 삶, 다른 세계를 상상하는 사람들과 손을 잡았으면 한다." ('시인의 말' 중)
일요일 오후 다시 한 번 읽으려고 첫 페이지를 펴서 위 문장을 읽는 순간, 시집에 실린 모든 시를 설명하는 글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시인의 오감에 포착된 일상이 원고지에 옮겨지면서 독자에게는 '낯선 낯익은 이야기'가 되고 새로운 의미를 가지게 된 것이다.
사막에는 모래보다 많은 것이 있는데, 그것은 '모래와 모래 사이'이며, '오른손이 왼손을 찾아 / 가슴앞에서 가지런해지는 까닭은 / 빈손이 그토록 무겁기 때문'이라는 것이다(<사막>과 <손은 손을 찾는다>에서 인용). 독자에게 가장 큰 울림을 주는 것은 시집 제목인 '지금 여기가 맨 앞'이다.
나무는 끝이 시작이다.
언제나 끝에서 시작한다.
실뿌리에서 잔가지 우듬지
새순에서 꽃 열매에 이르기까지
나무는 전부 끝이 시작이다.
지금 여기가 맨 끝이다.
나무 땅 물 바람 햇빛도
저마다 모두 맨 끝이어서 맨 앞이다.
기억 그리움 고독 절망 눈물 분노도
꿈 희망 공감 연민 연대도 사랑도
역사 시대 문명 진화 지구 우주도
지금 여기가 맨 앞이다.
지금 여기 내가 정면이다.
(<지금 여기가 맨 앞> 전문)
지금 여기가 맨 앞이고 지금 여기 내가 정면이라고 한다. 11월, 겨울, 50대는 연말, 계절의 끝, 중년이라고 생각했는데 맨 앞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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