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주장하는 심리학자의 책 <나의 글로 세상을 1밀리미터라도 바꿀 수 있다면>이라는 책을 소개합니다.
얼마 전부터 ‘글쓰기’는 저의 가장 큰 숙제가 되었습니다. 제 글을 읽고 고개를 끄떡이거나 미소를 지을 수 있게 하는 글, 나아가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글을 써 보고 싶은 것이 저의 소망입니다. 독서 후 내용을 요약하고 느낌을 글로 남기는 일은 20여 년 전부터 계속 되었습니다. 독후감은 온전히 저의 이야기로 시작하는 글은 아니기에 ‘좋은 글’에 대한 목마름은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좋은 글이 어떤 글인지는 저자의 입을 빌려 조금 뒤 이야기하겠습니다.) 글쓰기 플랫폼인 ‘브런치’에 글을 올리기 시작하면서부터 그 갈증이 심해졌습니다. 제가 <나의 글로 세상을 1밀리미터라도 바꿀 수 있다면>을 손에 잡은 이유입니다.
이 책의 저자인 메리 파이퍼(1958년생)는 임상심리학자입니다. 저자는 마흔 네 살에 글쓰기를 배우기 시작해서 지금은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습니다. 저자는 ‘이 혹독한 세상에서 가장 핵심적인 문제’로 환경오염과 기후변화, 미국 내 그리고 각 국가 간의 빈부격차를 지적합니다. 메리 파이퍼는 자신의 의견을 글로 주장하는데 그치지 않고 직접 행동하고 실천하는 학자라고 합니다.
본격적으로 ‘글쓰기’를 이야기하기 전에 ‘언어’ 이야기부터 시작해 보겠습니다. 저자는 우리가 언어로 가득한 세상에 산다,고 하면서 ‘언어는 우리 인간 공동체에 정체성, 의미, 관점을 부여한다.’라고 합니다. 저자는 언어가 잘못 쓰이는 경우, 다른 사람을 대상화하고 비인간화하는 도구로 사용될 때가 있다고 하면서 이때의 언어는 ‘무기’가 된다고 합니다.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언어의 예로는 ‘불법 체류자’를 뜻하는 ‘illegal alien’이 있습니다. ‘불법’이라는 ‘illegal’과 ‘이질적인’ 또는 ‘외국인 체류자’라는 의미의 ‘alien’이란 단어가 결합하였습니다. 미국은 불법체류자를 국민과 완전히 분리하고 배제시킵니다. 저자는 ‘세상에는 불법인 사람도, 이질적인 사람도 없다’고 주장합니다. 요즘은 ‘illegal alien’ 대신, ‘서류로 신분확인이 되지 않았다’는 의미로 ‘Undocumented immigrants’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언어로 이루어진 글, 그 중에서 ‘좋은 글’은 어떤 글일까요? 저자가 이야기하는 좋은 글은 ‘세상에 대한 독자의 지식을 넓혀주거나 그들이 공공선을 위해 행동하도록 독려하거나 다른 좋은 글을 쓸 수 있도록 영감을 주’는 글입니다. 좋은 글은 독자가 세상을 다른 관점으로 보게 해준다,고 합니다.
이런 좋은 글은 어떻게 해야 쓸 수 있을까요? 우선, 자신만이 말할 수 있는 주제와 그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저자는 우리가 쓰는 글은 우리 자신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에 자신의 영혼을 더 깊이 탐구할수록 글도 더 깊고 풍성해진다,고 합니다.
어떻게 하면 나 자신을 탐구할 수 있을까요? 저자가 제안하는 방법은 ‘명상’입니다. 세상을 바꾸는 지혜로운 활동가는 주기적으로 세상으로부터 한 발짝 떨어집니다. 찰스 디킨스는 한 시간 글을 쓰면 한 시간 걸었다는 군요. 명상을 통해 우리는 자신으로부터 한 발짝 물러서서 자기 생각과 느낌을 새로운 각도에서 바라보고 의식의 흐름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는 법을 배웁니다.
이 책이 좋은 이유는 심리학자이면서 베스트셀러 작가인 메리 파이퍼가 자신의 글쓰기에 대한 통찰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글쓰기 방법에 대해서 알려준다는 것입니다. 얼마 전 제가 읽은 <묘사의 힘>(샌드라 거스 저)이나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김정선 저)와는 다른 해법을 제시합니다.
저자는 초보자들이 글쓰기 과정에서 마주하게 되는 상황을 잘 풀어줍니다. 글을 써내려가는 과정에서는 ‘흥미로운 풍경 발견해내기’, ‘독창적으로 생각하기’, ‘딱 맞는 은유 찾기’, ‘인터뷰하기’가 도움이 됩니다. 이와 함께 글을 쓴 후 어떻게 고쳐 써야 하는가에 대해 저자는 세심한 충고를 이어갑니다. 소리 내 읽어보기, 신중하게 제목 고르기, 믿을만한 독자에게 읽혀보기, 간결하게 하기, 방법이 있습니다.
구체적인 글쓰기 방법을 읽는 동안 제가 깊이 반성하게 된 부분이 있습니다. 먼저 ‘자료 정리하기’입니다. 저는 글감이 되거나 글의 전개에 필요한 문장이나 아이디어를 따로 정리해 두지 않았습니다. 책을 읽고 정리 해둔 독서 노트, 독서 카드(카드 한 장에 책 한 권 요약), 블로그 게시 글이 있지만 글을 쓰기 위한 것은 아닙니다. 저자는 ‘자료정리는 글쓰기의 기본’이라고 강조하였습니다. 저는 기본을 갖추지 못한 것입니다. 기본부터 다져나가겠습니다.
또 하나, 저자의 고쳐 쓰기 태도에서 한 수 배웠습니다. 원고를 끝냈다고 말하기 전까지 마흔 번에서 쉰 번쯤 고친다고 저자가 말하는 대목에서, ‘그렇게 까지?’ 라는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저자는 원고가 어느 정도 외워질 때까지 고치고, 더 나아지게 하려는 것이 오히려 안하느니만 못할 때 고치기를 멈춘다고 합니다. 쓴 글을 열 번도 고치지 않는 제가 몹시 부끄럽습니다.
이 책을 읽고 보니 작가의 말을 제 나름대로 해석하고 오래 곱씹어 보고 싶은 글이 많았습니다. 모두 언급할 수 없지만 두 가지는 꼭 이야기해야겠습니다.
첫 번째는 한 권의 책이 제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것입니다. 저자는 ‘줄리아 알바레즈(Julia Alvarez)’가 쓴 <커피 이야기>라는 책을 소개하였습니다. 줄리아 알바레즈는 도미니카공화국에서 커피를 생산하면서 농장에서 일하는 일꾼과 가족에게 텃밭과 의료시설을 제공하고 농약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메리 파이퍼는 이 책을 읽고 나서 커피 구매습관을 바꿨습니다. 더 이상 예전에 마시던 브랜드 커피를 살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저자는 ‘한번 고양된 의식은 되돌릴 수 없다’고 했습니다.
한 권의 책을 읽고 내 생각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었다면 저는 ‘과거의 나’로 다시 돌아갈 수 없습니다. 책 한 권으로 나의 의식은 1밀리미터 정도 고양된 것입니다. 저는 ‘책 한 권의 힘, 1밀리미터의 힘’을 믿습니다.
두 번째는 ‘생각과 행동’에 관한 것입니다. 심리학에서 연구한 결과, 사람들은 ‘생각하는 대로’ 행동하기보다 ‘행동하는 대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이 문장은 저도 여러 번 들었습니다만, 이번에는 제게 특별한 생각거리를 주었습니다.
저는 글 잘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이런 ‘생각’은 결코 제 글쓰기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생각하지 말고 ‘작가처럼 행동’해야 합니다. 작가가 된 것처럼 밥 먹듯이 문장을 지어내고 다른 사람에게 글을 보여야 합니다.
글쓰기는 밀린 숙제가 아니라 만만하고 즐거운 저의 일상입니다.
*나의 글로 세상을 1밀리미터라도 바꿀 수 있다면_메리 파이퍼_22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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