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을 소재로 한 영화라면 조건 없이 본다. 수영은 나의 최애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쇼츠를 보다가 우연히 알게 된 영화를 넷플에서 찾아보았다. 수영인(The swimmers)에 대한 영화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을 때는 이미 늦었다. 나는 너무 멀리 나갔다.
핵심을 말하자면 이 영화는 수영선수인 시리아의 두 자매가 내전을 피해 유럽으로 이동하는 여정과 그들의 꿈을 향해 가는 이야기다. 범위를 넓혀 보자면 조국을 등지고 낯선 땅을 찾아 헤매는 3천만 명에 달하는 난민에 대한 이야기다. 영화의 마지막 내레이션은 난민 중 절반은 미성년자라고 밝힌다.
시리아 국가대표로 리우 올림픽 출전의 꿈을 안고 훈련 중인 사라(마날 이사)와 그녀의 동생 유스라(나탈리 이사)는 젊음을 즐기면서 훈련도 열중하고 있다. 수영선수 출신의 아버지의 헌신 때문에 열심히 하지 않을 수 없다. 내전은 점점 악화되어 가고 두 자매는 몰래 독일에 먼저 들어가 미성년자로서 부모를 초청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여기에 사촌을 한 명 끼워서 세 명은 위험한 탈출을 감행한다.
불법으로 국가의 경계를 넘는다,는 것은 목숨을 내놓은 일이다. 사기를 당하는 것은 다반사고 여성이라면 또 다른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탑승 인원을 훨씬 초과한 보트에서 사람들의 무게 때문에 가라앉을 위기에 처하자 두 자매는 스스로 바다로 뛰어들었다. 나머지 거리는 헤엄쳐서 유럽에 도착했다. 그 이후에도 몇 번의 위기를 넘기고 독일에 도착했지만 일이 수월하게 풀리지는 않았다.
자매는 다시 수영에 기대를 걸어본다. 지역 클럽 수영장을 방문하여 다짜고짜 테스트를 받겠다고 우긴다. 동생 유스라가 리우 올림픽 난민 대표로 출전하기로 하고 다시 훈련에 돌입했다. 그리고...(결말이나 상세한 내용의 전개는 영화를 보지 않은 독자를 위해 남겨둔다.)
실화를 근거로 만든 영화라서 관객을 설득하는 힘이 강력하다. 가장 인상적이고 가슴 아픈 장면은 에게해를 떠다니는 보트에서의 사투다. 망망대해에서 엔진이 꺼지고 보트 안에 물이 차오른다. 사방은 칠흙같이 어둡다. 누구든 죽음이 바로 옆에 다가왔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상황이다.
자매에게 수영은 구원이 되었다. 목숨을 지켜주었고 꿈도 이루게 해주었다. 훈련을 통해 체력을 강화시키고 목표를 심어주었다. 계량할 수 있는 목표이기에 현재 상태를 점검하고 한 걸음씩 앞으로 나갈 수 있게 해 주었다. 스포츠가 주는 힘이다. 올 해에는 수영을 좀 더 열심히 해야겠다.
영화 후반부, 유스라가 훈련에 몰두하하는 사이 흐르는 '시아'의 노래 'Unstoppable'이 나의 심장을 때렸다. 자주 듣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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