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중반에 퇴직한 후, 인생 후반에 열여섯 권의 책을 출간했습니다. 일 년에 백 번의 인문학 강의를 합니다. 2021년 11월 초판 1쇄를 찍었는데, 14개월 만에 77쇄를 찍은 책도 있습니다. 최근 ‘50대’와 ‘배움’이라는 단어에 꽂혀있는 저는, 이 책을 읽어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오십에 읽는 논어>라는 책입니다. 저자 최종엽은 S 전자를 그만두고, 두 가지 일에 매진했습니다. 먼저, 밥벌이를 위해서 기업체의 인력 채용을 도와주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또 하나는 <논어>를 집중적으로 읽고 공부했습니다.
뜻밖에도 공자께서 그에게 새로운 삶을 안겨주었습니다. 그는 스타 강사가 되었고 겸임교수 자리도 꿰찼습니다.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습니다.
저자는 자신이 <논어>로부터 받은 영감을 정리하여 독자에게 전해 줍니다. 챕터의 제목만 읽어도 논어 공부를 통해 그가 받은 영향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거인의 어깨 위에서 바라보는 법(성찰)’, ‘흔들리는 오십을 다잡아 주는 힘(균형)’, ‘인생이 보이기 시작할 때 필요한 것(성숙)’, ‘논어는 나를 어떻게 일으켜 세우는가(용기)’
저는 두 가지 관점으로 책을 읽었습니다. ‘50’이라는 숫자와 ‘군자’란 단어입니다. 먼저 ‘왜 50대에 공부를 시작해야 하는가’부터 살펴보겠습니다.
50대는 인생의 하프타임에 해당한다, 고 저자는 말합니다. 50대는 직장에 다닌다면 30대의 도전과 40대의 열정이 사그라질 나이입니다. 팀원이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도닥여주고 이끌어 주는 위치입니다. 가족과 함께 밥 먹는 횟수보다 ‘따로 밥상’인 경우가 많습니다. 혼자 밥 먹는 것이 익숙해질 나이입니다.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갈 사람은 가고 남을 사람은 남았습니다.
저자는 50대의 공부는 좀 달라야 한다, 고 강조합니다. 생의 전환기인 50대의 변화가 ‘진짜 변화’이고, 50대의 선택이 ‘진짜 선택’이기 때문입니다. 이때는 독서도 뚜렷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효율적으로 읽고 실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저자는 50을 넘겨서 <논어>를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했고 책의 가르침을 따랐습니다.
두 번째로 제가 깊게 생각한 것은 ‘군자’라는 단어입니다. 저는 <논어>는 군자의 삶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리더십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공자의 리더십의 핵심은 무엇인가? <학이> 편에 나오는 구절로 대변할 수 있습니다.
자왈(子曰) 학이시습지불역열호(學而時習之不亦說乎) 유붕자원방래불역락호(有朋自遠方來不亦樂乎) 인부지이불온불역군자호(人不知而不慍不亦君子乎)
저자는 이 내용을 소개하면서 ‘내 삶의 리더가 되는 세 가지 방법’이라고 제목을 정했습니다. 배우고 때때로 익히니 기쁘지 아니한가. 친구가 먼 곳에서 오니 즐겁지 아니한가.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서운해하지 아니하니 군자가 아니겠는가.
리더가 되는 첫째 조건은 배우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사람들을 모이게 하는 힘을 가지는 것이고 마지막은 인기에 영합하지 않으면서 일관성을 가지고 자신의 철학을 지키고 실천해나가는 것입니다.
이 책은 인생 전환기를 맞이한 50대가 삶에 대한 자세를 돌아보고 실천적인 방법을 찾게 도와줍니다. 이천 오백 년 전 공자의 말씀에 현대를 사는 50대의 질문에 대한 답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삶에 대한 태도 중 새겨들을 만한 것이 있습니다. ‘염구’라는 제자가 스승님(공자)의 가르침을 좋아하지만, 힘이 부족하다, 고 고백합니다. 공자는 ‘힘이 부족하다고 하는 사람은 중도에 그만두는데, 지금 너는 선을 긋고 있구나’라고 합니다.
해보지도 않고 미리 한계를 정하기 때문에 힘이 미치지 못하는 것입니다. 너는 안 돼, 나는 안 돼, 타인 또는 스스로 그은 선 때문에 우리는 얼마나 많은 기회와 가능성, 행운을 놓쳤습니까?
공자에 대하여 새롭게 알게 된 것이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공자’하면 ‘인(仁)’이라는 사상을 떠올립니다. ‘인(仁)’은 유학의 핵심 사상으로 ‘사랑’ 또는 ‘인간다움’이라고 해석합니다. 공자는 ‘인’은 ‘남을 사랑하는 것(愛人)’이며, ‘자신이 하고자 하지 않는 것을 남에게 시키지 않는 것(己所不欲, 勿施於人)’이라고 했습니다.
저는 책을 읽고 여러 명의 유튜버 강의를 들었습니다. <논어>의 문장을 조금 더 살펴보면서, ‘인(仁)’보다는 ‘배움’에 더 마음이 끌렸습니다. 공자 자신도 ‘나만큼 배우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자부하였습니다.
저는 벌써 50대의 끝자락에 있습니다. 공자는 나이 40세에 불혹(不惑), 50세에 지천명(知天命), 60세에 이순(耳順)의 경지에 도달했습니다. 저는 여전히 흔들리고 하늘의 뜻도 알지 못합니다. 아직 타인의 말에 예민하게 반응할 때가 있습니다. 귀가 순해지려면 멀었습니다. 다만, 책 읽고 배우는 것을 좋아하니 희망을 버리지는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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