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원을 향한 절실함이 통했던 모양인지, 아주 작은 역할로 출연했던 <옥탑방 고양이>로 나는 소위 말하는 유명한 연예인이 되었다. (중략) 태어나서 써본 가장 큰 단위의 돈을 가장 빠르게 써버린 나는 터질 것 같은 심장을 부여잡고…….”
<괜찮은 어른이 되고 싶어서>라는 책에서 인용한 구절입니다. 이 책은 영화배우 봉태규의 에세이입니다. 다섯 식구가 함께 먹고살기는 어려워서 꼬마 태규는 시골 큰 엄마 집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손님처럼 한 번씩 다녀간 아버지는 어른이 되어서도 가까워지지 않았습니다. 가족이 같이 살게 된 이후에도 궁핍한 생활은 계속되었습니다. 아버지는 일없이 집에 있는 날이 많았습니다. 가세는 기울어 급기야 집에 빚쟁이들이 몰려와서 짜장면을 시켜 먹기까지 했습니다. 어린 태규는 보리차를 내놓았습니다.
봉태규는 미대에 입학하기 위해 재수하던 시절, 어쩌다 보게 된 오디션에서 합격한 후, 영화 <바람난 가족>과 몇 개의 드라마에서 역할을 맡았습니다. 출연료는 빚을 갚고도 남았습니다. 그는 큰마음 먹고 통장에서 백만 원을 찾았습니다. 백화점에서 벨트와 바지, 셔츠를 구매하고 돌아오는 길에 한참 울었다고 합니다.
영화배우 봉태규는 이 책에서 돈뿐만 아니라 사랑까지 결핍된 성장 과정을 담담하게 들려줍니다. 지금은 어느 정도 금전적으로 안정되었고 사진작가인 부인과 자녀들과 사랑을 주고받으며 살고 있습니다. 이 책은 글쓰기를 통해 어른이 되어가는 의미를 스스로 깨달아 가는 글입니다.
봉태규 작가에게 ‘괜찮은 어른’이란 어떤 사람일까요? 책에서 명쾌하게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책 속의 소제목을 통해서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책은 세 개의 제목으로 나뉩니다. ‘노력하는 인간이 되고 싶어서, 곁에 있는 존재가 되고 싶어서, 사랑받는 가족 구성원이 되고 싶어서’입니다. 성실한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면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기꺼이 자신의 곁을 내어 주는 사람이 ‘좋은 어른’이라고 작가는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괜찮은 어른’은 ‘배우는 사람’입니다. 나이를 무시하고 꾸준하게 자신을 성장시키고 관리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방송을 통해 알게 된 사람으로는 90세 헬스트레이너, 독학으로 피아노를 배우고 연주하는 99세 할머니,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100세 시인 ‘시바타 도요’가 있습니다. 제 가까이에는 대학원에서 함께 공부했던 육십 세를 훌쩍 넘긴 동급생이 있었습니다. 추운 겨울에도 바다 수영을 매일 즐기는 시니어도 있었습니다.
끊임없이 배우는 어른에게는 세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우선 겸손한 사람입니다. 겸손은 자신의 부족함을 알고 타인을 존중하는 태도를 말합니다. 두 번째, 괜찮은 어른은 배움을 삶의 즐거움으로 삼는 사람입니다. 나이 들어서 억지로 배우는 사람은 없습니다. 마지막 특징은 신체적으로 건강합니다. 힘이 없으면 중도에 포기하게 됩니다. 저도 최근에 헬스를 시작했습니다.
‘괜찮은 어른, 좋은 어른’ 이야기를 할 때면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 <나의 아저씨>라는 드라마입니다. 많은 사람이 인생 드라마로 꼽는 작품입니다. 결핍으로 막다른 골목에서 좌절하고 있는 사람에게 응원과 지지, 그리고 도움을 주는 사람이라면 좋은 어른입니다. 드라마의 마지막 장면이 떠오릅니다. ‘박 부장(이선균 역)’이 ‘지안(이지은 역)’를 우연히 만난 후, ‘지안, 편안함에 이르렀는가’라고 독백합니다. 박 부장은 봉태규 배우가 이야기한 ‘곁을 내어 주는 사람’입니다.
‘좋은 어른’에 대하여 더 공부하려는 차에 지인으로부터 책을 선물 받았습니다. <줬으면 그만이지>(김주완 지음) 이라는 책입니다. 부제는 ‘아름다운 부자 김장하 취재기’입니다. 이 책으로 좋은 어른에 대해 어떤 것을 알게 될지 벌써 기대됩니다. 이번 주에 읽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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