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본知

소고기 먹으로 왔는데 콘서트를 봤다_봉계 한우 불고기 축제

필85 2023. 11. 5. 22:29

봉계까지 사람이 오겠나, 생각했다. 부산에서 한 시간 넘게 달려온 곳이라서 한산할 것을 기대했다. 축제장 입구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조용히 고기 한 점 먹고 가겠다고 생각했다. 안내원의 지시에 따라 들어간 주차장에 들어서니 입이 딱 벌어졌다. 말라버린 강을 따라 임시로 마련된 주차장에는 차가 끝이 없이 펼쳐졌다.

 

거의 주차장 끝자락에 차를 주차하고 행사장에 들어가니 더 볼만했다. 대형 천막 안에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삼삼오오 둘러앉아 숯불에 고기를 굽고 있었다. 입구에서 자기가 원하는 부위의 고기를 사서 빈자리에 앉으면 아르바이트생이 숯불을 잽싸게 갖다 주었다. 한  켠에서는 소고기 국밥도 팔았다.

 

아내와 나는 천막 제일 바깥에 자리를 잡았다. 안쪽에는 시끌하고 연기도 자욱해서 일부러 피했다. 전날에는 자갈치 축제에서 회를 먹고 오늘은 한우 축제에서 가성비 좋은 소고기를 먹게 되었다. 이런 장소를 찾아다니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행사장 주변을 한 바퀴 돌았다. 자연산 송이버섯도 팔았다. 너무 비싼 가격이라 엄두가 나지 않았다. 나는 축제장에 어김없이 설치된 노래자랑 무대를 잠시 구경하기로 하고 그 사이 아내는 강둑을 한 바퀴 걷고 오기로 했다. 무심코 무대를 바라보고 앉은 나는 깜짝 놀랐다.

 

동네 노래자랑 무대가 아니었다. 어제 자갈치 축제 무대에서 부녀회원들끼리 마이크를 주고받으며 노래하는 장면을 떠올렸는데 여기는 급이 달랐다. 원래 축제 노래자랑대회는 그런 것이 아니던가? 약간 취한 동네 이장님도 올라오시고 평소에는 얌전하던 이웃이 올라와서 마음껏 끼를 부리는 자리인데, 엄숙함과 비장함이 무대를 채우고 있었다.

 

등장인물 한 명 한 명이 노래경연 프로그램인 '씽어게인' 수준이었다. 심사위원도 3명이나 앉아있었다. 무용수를 데리고 나온 출연자도 있었다. 고음은 고음대로 감성은 감성대로 살리는 노래 실력에 탄성이 절로 났다. 더 놀라운 것은 내가 보고 있는 무대가 본선을 앞둔 예선전이라는 것이다.

 

이게 무슨 일인가? 이런 무대에서 수상경력을 쌓아서 점점 큰 무대로 진출하고 싶은 가수 지망생들이 모여든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감탄을 거듭하며 박수를 힘껏 쳐주면서 나는 노래자랑대회를 즐겼다. 소고기 먹으러 와서 실력 있는 가수의 콘서트를 봐 버렸다. 일거양득이라고 해야 하나!

 

"숯불에 소고기 구워 먹기 대회"

 

 

"구워보면 두 사람 먹기에 충분"

 

 

"내년에 다시 오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