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늙으면 햇살 잘 드는 공터에 집 한 채 지어놓고 지금까지 읽었던 책들로 서점이나 하며 살고 싶다."
북 카페의 주인은 시와 수필을 쓰는 작가라고 한다. 카페 창문에 한 편의 글이 쓰였다. 글은 뜨거운 태양이 자리를 비키고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는 즈음을 연상시킨다. 지난 시간이야 어떠하든 지금부터 내 삶을 내 기준대로 가져가려는 모습이 부럽다.
12년 전에 함께 교육을 받았던 동기들끼리 야유회를 가기로 했다. 20명이 넘는 회원 중 참석자는 단 5명뿐. 그래도 나는 '다녀오자'라고 했다. 함께 놀러 다닐 기회가 점점 잦아들 테니 갈 수 있을 때 무조건 가자, 고 강행했다.
토요일 오전, 시청을 출발하여 함안 악양생태공원에 들렀다가 의령에서 소고기를 먹는 코스로 짰다. 음식점 근처에 의병 박물관도 들러기로 했다. 유명한 카페 한 곳도 알아봐 두었다.
초촐한 모임이었지만 함안 악양생태공원의 꽃밭은 환하게 우리를 반겼다. 남강을 따라 끝없이 길어진 둑에 노란색 국화와 데이지 꽃이 펼쳐졌다. 살아온 이야기와 살아갈 이야기를 나누며 산책을 마치고 의령으로 넘어왔다. 느긋한 점심식사를 마치고 들른 곳은 의병 박물관이었다. 해설사의 맛깔난 소개로 의병이 더욱 친근해졌다.
하일라이트는 '마음산책'이라는 카페였다. 노란색 간판이 잘 어울리는 단아한 건물이다. 카페는 앞에 흐르는 강과 뒷 배경이 되는 산과 잘 어울렸다. 2층으로 향하는 계단에는 온갖 이쁜 꽃들이 우리를 반겼다. 실내에 들어서면서 회원들의 입에서 탄성이 절로 나왔다. 요란하지 않으면서 정성스럽게 꽉 채운 책과 소품들이 눈을 즐겁게 해 주었다.
주인이 직접 내 준 음료는 더 설명할 필요 없이 최고였다. 모든 재료를 직접 손으로 담았다고 한다. 나는 주인이 직접 썼다고 알려진 유리문 앞에 서서 천천히 글을 읽었다.
"무엇과 견주어도 책을 읽을 때가 가장 평화로웠네 (점프) 소스라치는 기쁨을 위해 오늘도 하던 일 멈추어 책을 읽어야지"
책에 진심인 분을 만나서 기뻤다.
언젠가 나 혼자 오리라.
가을이거나 겨울 초입이면 좋겠다.
혼자 소스라치는 기쁨을 맛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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