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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다 바빠 현대사회_가짜 노동

필85 2023. 11. 26. 21:20

 

요즘 많이 바쁘시죠?

 

밥 먹었냐는 인사 다음으로 상대방에게 많이 건네는 말이 바쁘냐고 묻는 것입니다. 직장인들의 컴퓨터활용능력이 좋아졌습니다. 자판 위의 손가락은 날아다닙니다. 업무 환경은 또 얼마나 바뀌었습니까? 우편보다 빠른 이메일과 동시 문자전송과 실시간 대화가 가능한 통신수단이 있는데 우리는 늘 바쁩니다. 덴마크의 사회비평가, 뇌르마르크와 옌센은 가짜 노동때문이라고 합니다.

 

가짜 노동의 정체는 코로나19 사태로 확실히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대면으로 진행하려고 했던 중요한 회의와 각종 사업에 대한 현장 평가가 취소되거나 줌 회의로 대체되었습니다. 희한하게도 일은 진척되고 성과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늘 바빠야 했던 일터에서의 하루 업무량은 재택근무를 하는 동안 두세 시간 만에 끝냈습니다. 누군가는 그 시간에 아이의 얼굴을 한 번 더 보고, 베란다에서 차를 한잔 마시기도 하였습니다. 그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노동에 관중이 필요했다, 는 것을. 보는 사람이 없을 때는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 너무 많았습니다.

 

  <가짜 노동>의 공동 저자, 뇌르마르크와 옌센은 노동의 기원을 살펴보고 다양한 직종의 노동자를 인터뷰하여 가짜 노동의 정체를 낱낱이 파헤칩니다. 마지막에는 대응책을 제시합니다. 저자들은 노동의 역사를 살펴보면 한 가지 의미심장한 경향이 되풀이되고 있다, 고 합니다. 누군가 더 효율적으로 시간을 절약할 방법을 알아내면 또 다른 누군가는 그 시간을 사용할 새로운 방식을 알아낸다는 것이죠.

 

가짜 노동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 바쁜 것이 좋고 필요하고 도덕적이라는 생각. 두 번째, 계속 일하다 보면 더 많은 자유시간이 어느 시점에 후식처럼 자동으로 나올 것이라는 관념. 마지막으로는 생산성과 노동시간 사이에 비례관계가 있다는 잘못된 믿음 때문입니다.

 

어떤 일이 가짜 노동인가요? 우리가 하는 일 중에 무의미하지 않은가, 하고 의심되는 업무가 있다면 그것이 바로 가짜 노동입니다. 영국의 행정학자 파킨슨이 1955<이코노미스트>에 발표한 법칙에서 일은 그것을 완수하는데 허용된 시간을 채우도록 늘어난다.’ 고.’, 했습니다. 10시간에 완성된 일을 25시간을 준다면, 25시간 만에 같은 품질을 내놓습니다. 15시간은 가짜 노동으로 채워졌습니다.

 

전문가의 견해나 평가를 받지 않더라도 자기 일 가운데 어떤 일이 가짜 노동인지 감각적으로 찾아낼 수 있습니다. 나의 시간과 에너지를 투여할 가치가 있는, 의미 있는 일은 어떤 것인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직장에서 일이 없다’ 라거나’라거나 ‘시간이 많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금기시됩니다. 할 일이 적을 때도 바쁘다고 주장합니다.

 

이런 주장을 하는 이유는 자유시간을 특권으로 간주하던 시대가 끝나고 일에서 특권이 나오는 시대로 이동했기 때문입니다. 열심히 일하는 정도가 사회적 지위의 척도가 되었습니다. ‘바쁨이 명예의 새로운 징표가 되었기 때문이라고 책에서는 설명합니다.

 

저자가 제시하는 해결책을 한 번 들어보겠습니다. 먼저, 개인적인 측면입니다. 눈치 보지 않고 퇴근하기, 바쁨에 대한 호들갑에서 빠져나오기, 불완전함을 감수하기, 과시성 게임에 놀아나지 않을 것을 주문합니다.

 

두 번째, 조직과 관리자가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가짜 노동을 없애기 위해서 결정을 내리고 결과를 받아들여야 하는 관리자의 역할이 더 중요합니다. 직접 결정을 내리고 때론 믿고 맡겨야 합니다. 저자들은 관리자의 수는 적을수록 좋다고 하지만 팽창하려는 조직의 생리상 쉽지 않은 일입니다. 저도 다른 팀장을 만나면 물어봅니다. 팀원이 몇 명이냐고? 좋지 않은 질문입니다.

 

다음은 결론 부분이라고 생각하는 저자의 주장입니다. ‘가짜 노동으로부터 시간을 해방시켜 자기 개발에 쏟아야 한다. 우리 자신에게 생각하고 놀고 시험해볼 공간과 자유를 줘야 한다.’ 이 책을 읽는 일주일 동안 가짜 노동에 대해 충분히 생각했습니다. 이제 시험도 해봐야겠습니다.

 

  누군가 내게 바쁘냐고 물어보면 바쁘지 않습니다.’라고 대답하겠습니다. 저 또한 누구를 만나더라도 바쁘냐고 묻지 않겠습니다. 대답하는 사람이 잠시라도 자신을 속이는 답을 하지 않도록.

 

나는 바쁘지 않다. ‘바쁜 것이 게으른 것이다(이문재 시인의 산문집 제목)’

 

 

 

https://youtu.be/tw2zeODYGaY?si=zJ7VY3OvPDyai4q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