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트렌드는 강사님의 설명덕분에 이해가 되었습니다. 3년이나 5년을 두고 봤을 때 우리 사회를 이끌어갈 트렌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평균이 실종되는 사회입니다. 우리사회에 ‘평범’이나 ‘보통’이라는 말이 기준이 되는 사회가 사라졌습니다. 양극화, 다극화 그리고 한쪽으로 쏠리는 단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트렌드 코리아 2024>의 공저자인 한다혜 박사의 설명은 내 주변의 많은 현상을 설명해주는 명쾌한 답이었습니다. 여러 명이 커피숍에서 차를 마셔도 메뉴가 다릅니다. 편의점에서 김밥으로 점심을 먹은 사람이 오후에는 만 원이 넘는 디저트 카페에서 후식을 즐기는 시대입니다. 한 사람의 지갑에서 양 극단의 소비형태가 나타납니다.
연말이 되면 국내 서점을 휩쓰는 베스트셀러인 ‘트렌드 코리아’를 몇 해 전에 읽어본 적이 있습니다. 매년 구입하지는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공동 저자 초청 강연에 참석할 기회가 있어서 부랴부랴 읽었습니다. 키워드만 챙겨보면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했는데, 강연을 듣고 책을 읽는 동안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저는 10대 트렌드를 보는 기준점을 두 가지로 나누었습니다. ‘시간’과 ‘젊은 세대의 관점’입니다. 먼저 시간을 중심으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집필진은 내년에 가장 중심에 되는 키워드를 ‘분초(分秒)사회’로 선택했습니다. 1분 1초를 허투루 쓰지 않겠다는 의미입니다. 즐길 것이 너무 많은 사회에서 ‘시간의 가성비’를 최우선에 두는 삶의 전략입니다. 대중들은 결론부터 먼저 확인하고 영화나 드라마를 보겠다고 합니다. 유튜버 채널에서 요약방송이 인기를 끄는 이유입니다.
예전에는 시간과 비용을 들여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가격을 비교하여 제품을 구매했습니다. 요즘은 자기가 좋아하는 유명인이 구입한 제품이나 사이트를 그대로 이용하는 소비자가 늘었습니다. 이것이 10대 트렌드 중 하나인 ‘디토소비’입니다. ‘디토(Ditto)’는 ‘나도’라는 의미입니다. 복잡한 의사결정과정과 시간을 생략하고 제품이나 콘텐츠, 유통 사이트를 나도 따라서 소비합니다.
완전히 새로운 아이디어로 사업하기 보다는 스핀오프를 하는 것이 중요한 전략이 되었습니다. ‘스핀오프’는 원래 작품에서 새롭게 떨어져 나온 드라마나 영화를 말합니다. 경제용어로는 기업분할을 의미합니다. 축적되어 있거나 검증된 아이템으로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시간을 줄일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저는 젊은 세대의 트렌드에 주목하였습니다. 젊은 세대의 트렌드에 주목하는 이유는 추세를 반영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지갑에 여유가 있는 연령층인 중년이후 세대가 젊은 세대의 욕망을 따라 하기 때문입니다.
젊은 세대의 트렌드 중 하나는 육각형 인간입니다. 애인을 고르는 기준이 외모 또는 성격이 아닙니다. 여기에 학력, 재산, 직업, 집안 형편을 더해야 합니다. 이 모든 요소가 육각형의 꼭짓점에 도달해야 매력적인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 거나 흙수저의 성공신화가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요즘남편 없던아빠’도 신박한 표현입니다. 가사를 분담하기 위해 육아휴직을 챙겨 사용하는 남편, 퇴근 음악이 울리면 집으로 달려가는 ‘6시 신데렐라’ 아빠가 기업 문화를 바꾸고 소비시장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일을 찾는 것도 젊은이들의 일상입니다. 도파민은 일시적인 괘락과 재미를 느끼는 신경전달물질입니다. 끊임없는 성장을 강요하는 피로사회에서 느닷없이 찾아오는 재미는 삶의 활력소가 됩니다. 도파민 분출을 시도하는 도파밍, 즉 도파민과 파밍(farming, 모으는 행위)을 결합한 단어에서 가장 중요한 말은 ‘그냥’입니다.
저자들은 ‘정책과 제도 혹은 상품 및 서비스를 기획하고 만드는 관점에서도 변화를 관찰하고 수용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라고 강조합니다. 앞에서 언급한 흐름을 사회적으로 수용하고, 정책적으로 반영하고, 개인적으로 대처하는 일이 남았습니다.
트렌드를 알고 유연하게 반응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자기 중심성입니다. 자기중심이 없이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은 변덕에 불과합니다. 비틀거릴 수는 있지만 쓰러지지 않아야 합니다. 도파민과 함께 세레토닌도 우리 뇌에 공급해줘야 합니다. 세레토닌은 사소한 즐거움과 자기 자신을 살피는 명상과 집중을 통해 얻을 수 있습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우리 사회의 모습에 대해 통찰력을 더 가져야 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내년에는 나의 시간을 ‘분초’보다는 조금 더 긴 호흡으로 메우겠습니다. 도파민보다는 세레토닌으로 채우겠습니다.
https://youtu.be/cLx1l8tlzUc?si=LYW3BIV76MfIaN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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