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다
사월 초파일, 동호가 교인들과 하루 코스로 순천 정원박람회 간다는 것을 저지하고 가족 모두 오페라 <아이다>의 뉴욕 메트로폴리탄 공연 실황을 녹화한 영화를 보러 영화의 전당으로 몰려갔다.
영화는 오후 2시 30분에 시작하여 4시간 정도 상영되었다. 얼마 전 동호를 빼고 가족이 함께 보았던 뮤지컬 영화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의 감동이 컸기 때문에 들뜬 기분으로 스크린에 집중하였다.
기대가 실망으로 변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필요 없는 인터뷰와 무대교체장면을 중계 방송하는 장면, 상영도중 세 번의 인터미션(각 15분)이 몰입을 방해하였다. 출연자의 깊이 있는 목소리가 커다란 울림통, 즉 몸집에서 나오는 건 인정하지 않을 수 없지만 남녀 주인공 모두 비대하다는 말외에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는 신체는 실망을 더하게 만들었다.
오페라의 줄거리와 베르디의 음악은 탄탄했다. 이디오피아의 공주이자 이집트에 노예로 잡혀온 아이다는 조국 이디오피아의 승리와 이집트의 장군 라다메스에 대한 사랑사이에 갈등하고 라다메스 또한 3막에서 자신의 조국 이집트를 버릴 것인가 아이다에 대한 사랑에 헌신 할 것인가에 대해 깊이 고뇌한다.
결국은 라다메스는 조국을 배신하고 그 대가로 신전의 돌무덤에 산 채로 갇히게 되지만 그곳에서 미리 숨어있던 아이다와 함께 마지막을 맞는다. 나중에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줄거리는 공연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무대에 올려지기도 하였다.
나는 두 명의 주인공보다 이집트의 공주 암네리스에게 더욱 마음이 갔다. 암네리스의 라다메스를 향한 사랑은 버림을 받았지만 한때 사랑했던 그를 살리기 위해 그녀는 몸부림쳤다. 2막의 개선행진곡과 그에 따르는 춤곡만큼 암네리스의 애절한 사랑노래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비록 평면으로 베르디의 <아이다>를 감상하긴 했지만 보지 않는 것보다는 백배 잘한 일이다. 영화를 보고 난 후 용호동의 <샤브향>에서 샤브샤브 메뉴로 저녁식사를 하면서 하루를 마무리 했다.
- 지휘 다니엘레 가티, 주연 비올레타 우르마나(아이다역), 돌로라 짜지크(암네리스 역)
- 2013.5.17.(금) 영화의 전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