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햇살을 받기에는 지대가 너무 낮'지만 '아침 햇살을 푸짐하게 받'는 허드슨 강의 여유로운 주택 한 채는 정원과 온실, 조랑말을 키우는 헛간을 가지고 있다. 1950년대를 배경으로 한 이 소설에는 뉴욕의 건축사무소로 출퇴근하는 '비리'와 쇼핑과 요리를 즐기는 아름답고 세련된 '네드라', 그리고 두 딸이 등장한다.
두 딸과 산책을 즐겨하며 책 읽어 주는 아빠, 동화를 쓰고 그림을 그려주는 엄마, 와인과 즐거운 대화를 함께 할 수 있는 친구들, 이러한 것들로 채워진 결혼생활에도 부자유스럽고 권태로운 무엇이 있었다.
"결혼에 관해 내가 좋아하는 점들이 있어. 그 익숙함이 좋아" 네드라가 말했다. "마치 타투 같아. 어느 순간 너무하고싶어서 하는 거야. 피부에 새겨져 있으니 없앨 수도 없고, 심지어 했는지 조차 몰라"
비리는 건축사무소에 근무하는 비서와 한동안 사랑에 빠졌다. 네드라는 비리의 친구와 만남을 가지게 된다.
"그는 그런 나이에 가까워지고 있었고 바로 그 가장자리에 서 있었다. 세상이 갑자기 더 아름다워지고 특별한 방식으로 보이기 시작하는, (중략) 세상은 자신을 허락하듯이 몸을 여는 거였다. 이제 남은 인생이 길지 않으니 한번 길고 절실하게 세상을 보라고, 그래서 그동안 잡고 있던 것들을 세상에 놓아주는 것이었다."
비리와 네드라는 깊은 대화와 영국 여행을 통해 결혼생활을 이어가려고 하였으나, 네드라는 '예전 우리의 삶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선언하고 자유를 택했다. 이혼 후 그들의 삶은 달랐다. 네드라는 여행을 하고, 열정을 가지고 주변과 친교를 쌓아가면서 새로운 사랑을 찾았으나 비리는 한동안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녀는 마흔이었지만 삶을 이루기 위해 떠나고 있었다.(중략) 그녀는 비참했다. 그리고 흡족했다. 요가를 하고 책을 읽고 고양이를 달래듯 자신을 달랬다."
"그는 갑자기 그의 삶과 헤어졌다. 사랑하든 하지 않든, 텅빈 공간을 채우고 부드럽게 하고 가볍게 하던 존재는 이제 없었다. (중략) 배가 부두를 떠났고 갑자기 그 사이가 너무 벌어져 뛰어 넘을 수 없게 된 것처럼. 눈앞에 모든 것들이 그대로 있는데 되돌릴 수가 없었다."
책을 잡은 독자는 '미국 최고의 문장가'로 평가받는 소설가의 아름다운 문체에 흠뻑 젖게 된다. 아울러 비리와 네드라, 그들의 두 딸, 그리고 친구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결혼에 대해, 사랑에 대해, 삶의 가벼움과 무거움에 대해 통찰하게 된다. 독자는 자신의 삶을 소설에 비추어 보게 된다.
"실제로 이 세상엔 두 종류의 삶이 있다. 비리의 말처럼, 사람들이 생각하는 당신의 삶 그리고 다른 하나의 삶. 문제가 있는 건 이 다른 삶이고 우리가 보고싶어 하는 것도 바로 이 삶이다."
저자는 어느 인터뷰에서, '이 책은 결혼생활의 마모된 비석들이다. 그 안에 있는 모든 아름다운 것들과 아름답지 않은 것들, 결혼생활을 풍요롭게 하고 시들게 하는 것들에 관한 얘기다.'라고 했지만 나는 이 책에서 결혼과 사랑보다는 '자유'라는 단어를 찾아내었다. 나는 '다른 하나의 삶' 또는 누구에게도 말하여지지 않는 삶이란 '삶의 자유'에 관한 것을 포함한다고 생각한다.
'인생에서 마지막으로 찾아오는 중요한 깨달음 중 하나는 꿈꾼대로 살수 없다는 것이다.'라고 저자는 소설속에서 말한다. 무엇을 꿈 꾸는가? 자유를 꿈꾸는 것이다. 자유롭지 않다면 사랑받거나 사랑할 수 없다. 나의 인생에서 마지막으로 찾아 올 중요한 깨달음을 알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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