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

힘들이지 않고 수영하려면...

필85 2023. 4. 3. 23:08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대학교 부설 수영장에서 저녁 8시 강습이 시작되었다. 맨손제조가 끝나고 수업이 시작되면 자유형으로 여섯 바퀴를 먼저 돌아야 한다. 25미터 레인이니 300미터를 쉬지 않고 달린다. 네 바퀴를 돌았을 때 나는 앞 사람의 꽁무니를 잡았다. 지금부터는 완전 서행이다. 나는 스트록을 슬로모션으로 해본다. 때로는 평영 발차기만으로 헤쳐나간다. 평소대로 손을 길게 뻗으면 앞사람의 발에 닿을 수 있다. 앞사람이 아무리 늦게 가더라도 절대 발끝에 접촉을 하지 않는 게 나의 철칙이다. 오늘도 나는 강습시작부터 억지 관광수영을 해야만 했다.

 

내 앞에서 레인을 막고 섰던 그분은 나와 동갑이다. 자기도 갑갑한지 내게 하소연을 한 적이 있다. 실력도 늘지않고 늘 힘들어 헐떡거린다고. 수영강습이 끝나면 몇 명이 옹기종기 모여 수영 이야기를 한다. 왜 늘지 않는지 서로 토론하면서 동작을 반복해서 연습한다. 나는 레인을 몇 바퀴 더 돈다.  

힘을 쓰려고 하니 힘들고, 힘으로만  수영하려고 하니 실력도 그대로다.  

꽁지 뒤를 따라가보면 알 수 있다. 머리만 수면 근처에 있지 나머지는 물속에 가라앉아 있다. 허리부터 엉덩이, 허벅지, 종아리와 발이 차례대로 비스듬하게 기울어졌다. 양발은 발차기를 하느라 바쁘지만 물속에서의 발짓은 에너지만 소비할 뿐이다.

 

(사진) 엉덩이와 머리가 수면 근처에 있어야 힘들이지 않고 앞으로 나갈 수 있다.(출처: unsplash)

 

자유형이 이런 모습이니 배영은 더욱 허물어진다. 기본적으로 물을 등지게 되면 가라앉지 않을까,하는 두려움이 커진다. 손과 발의 휘젓기가 더 빨라진다. 그와 비례해서 몸은 더욱 물에 가라앉고 앞으로 나가는 동력은 떨어진다. 물만 잔뜩 마시는 배영이 되어버린다.

 

힘을 빼고 하는지, 힘만으로 수영하는지는 접영을 보면 확실하게 알 수 있다. 힘으로 하는 접영의 좋은 예시(?)는 만세 수영이다. 두 손을 하늘로 드는 스트록으로는 절대 앞으로 나갈 수 없다. 힘을 뺀 접영은 제비가 물을 차고 나가듯 날아간다. 돌고래는 웨이브만으로 앞으로 쑤욱쑤욱 나간다.

 

앞으로 전진하는 접영(출처: unsplash)

 

수영하면서, 살아가면서 힘빼기

오늘은 수업 후 힘만 쓰는 두 명의 남자에게 훈수를 뒀다. 내가 먼저 시범을 보였다. 나는 먼저 물에 엎드려 힘을 뺀 채로 둥둥 떠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완전히 수평이 되었다고 생각될 때 스트록을 했다. 미끄러지듯 쓱 앞으로 나갔다. 이때 사용하는 나의 힘은 (거짓말을 조금 보태면) 제로에 가깝다.

 

몸에 힘빼고 물에 몸을 맡기기(출처: unsplash)

 

이 행동의 핵심은 몸에 힘을 빼는 것이다. 온전히 물에 내 몸을 맡기는 것이다. 두 사람에게 똑 같이 해보라고 시켰다. 자꾸 가라앉았다. 하기야 힘을 빼는 게 하루아침에 되겠는가? 두 사람은 중요한 포인트를 알았다고 고마워했다. 앞으로도 시간이 날 때마다 힘 빼는 법을 알려줄 작정이다.

수영하면서 힘 빼는 법은 자신 있지만, 살아가면서 힘 빼는 것은 잘 되지 않는다. 수양과 훈련을 더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