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자의 어려움 중 하나는 평형이다. 그 이유는 평형은 접영과 배영, 자유형과는 다른 속성을 가지기 때문이다. 바로 분절감이다. 특히 접영에서 강조하는 '리듬감'과는 완전히 대척점에 있다.
펠프스의 스승, 밥 보먼은 '접영은 리듬'이라고 강조했다. 접영에서 리듬이 중요하다는 것은 나도 최근에 더 강하게 느꼈다. 접영을 상상해 보자. 강하게 물을 눌러 차면서 물 밖으로 나온 상체가 물속으로 들어갈 때면 한결 부드럽고 우아해진다. 잠시 물을 타는 가 싶다가 다시 있는 힘을 다해 발 등으로 물을 밀어내면서 앞으로 쓩 달려간다. 리듬을 타게 되면 힘도 덜 들고 빠르게 나갈 수 있다.
접영에서의 리듬
평형은 다르다. 나는 평형을 할 때마다 머리 속에서 평형의 세 가지 요소, 즉 물 잡기, 발차기, 글라이딩을 되뇌인다. 먼저 물 잡기다. 앞으로 쭉 뻗은 팔을 어깨너비로 벌리면서 물을 잡고 상체를 일으킨다. 이때의 물 잡기는 자유형에서의 팔 동작과 같다. 평형에서의 물 잡기도 앞으로 나가기 위한 추진력을 갖기에 충분하다. 평형은 발차기가 70%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반대라고 생각한다.
그 증거가 나의 평형실력이다. 나는 태어날 때부터 소아마비를 가지고 태어났다. '선천성 내반족'이라고 불리는 병인데 지금은 수술로 해결할 수 있지만 60년대만 해도 방법이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서울에는 수술이 가능하지 않았을까,하고 생각해본다. 나는 시골에서 태어났다.) 수술은 받지 못했지만 어머니가 손으로 주물러 주셔서 많이 좋아졌다. 그래도 발목을 바깥으로 꺾을 수는 없다. 평형에서 나의 발차기는 순전히 종아리와 허벅지 힘으로 물을 밀어내고 있다. 이런 발차기로도 나는 우리 레인의 다른 어떤 동호인보다 평형에서는 빠르다. 순전히 물 잡기와 타이밍만으로 선두에 나선다.
강력한 물잡기가 관건이다. 발차기보다 중요하다.
다음은 발차기다. 물을 잡고 앞으로 팔을 다시 뻗으면 발차기 순서다. 이때 초보자의 실수는 두 가지다. 첫째는 하체가 가라앉은 상태로 차는 것이다. 하체가 물속에 있으면 엄청난 힘으로 차올리지 않는 이상 몸은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하체가 충분히 수면 근처에 위치할 때 발로 추진력을 만들어줘야 한다. 그래야 몸이 앞으로 간다.
두 번째 실수는 몸이 전진하고 있는 중에 급하게 발차기를 하는 것이다. 팔동작에서 물을 잡고 다시 뻗어주면 몸은 앞으로 전진하게 되어있다. 이때 발차기를 하기 위해 허벅지와 종아리를 앞으로 가져오는 행위는 달리는 육상선수의 머리채를 잡는 것과 같다. 팔을 뻗고 1초간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발차기를 해야 한다.
평형의 세 번째 단계는 글라이딩이다. 가장 중요한 과정이다. 상상해보자. 물 잡기에 이은 발차기로 몸은 순항 중이다. 이 짧은 순간은 신체가 물과 조화롭게 어울리는 순간이다. 신체는 어떤 에너지도 사용하지 않고 손 끝과 발 끝이 일직선으로 쭉 편 상태에서 앞으로 나가는 물아일체의 시간이다. 어떤 행동으로도 방해하지 말라.
글라이딩 자세
몸이 수면에 다다르면 다시 상체를 일으키며 물 잡기를 하면 된다. 고개를 들 필요는 없다. 그냥 45도 정도 각도로 수영장 바닥을 볼 수 있도록 시야만 확보하는 것이다. 초보자에게 테니스공을 목에 끼우고 평형 연습을 시키는 이유다.
평형의 핵심은 분절이다. 물 잡기, 발차기, 글라이딩을 철저하게 분리해서 따로따로 이행하는 것이다. 이 법칙을 이해하고 실천하는 데 10년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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