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씩 헷갈릴 때가 있다, 네 바퀴째인지, 다섯 바퀴째인지. 강습시간에 어쩌다 레인에 선두에 서게 되면 다른 무엇보다 내가 몇 바퀴를 돌고 있는지 바짝 신경 써야 한다. 내가 잘못 판단하게 되면 나를 따라오던 수강생들이 한 바퀴를 덜 돌 수도, 더 돌 수도 있다. 원망은 오로지 나를 향하게 된다.
잠시 '딴 생각'을 하면 몇 바퀴를 돌았는지 금방 잊어버린다. 여기서 딴생각이란, 저녁 수영이 끝난 후 후다닥 집으로 달려가서 먹게 될 '바나나 조각을 품은 요구르트'를 떠올리는 것이 아니다. 팔을 제대로 쭉 뻗고 있나? 상체가 가라앉지 않나? 발차기를 좀 더 빨리해야 하나? 뒷사람은 어느 정도 간격으로 따라오나? 등등이다.
지난 주 일요일 오전, 자유형 열 바퀴를 돌자고 마음먹었다. 25미터 레인에서 열 바퀴는 500미터다. 이 정도는 워밍업을 시켜줘야 제대로 운동이 될 것 같다. 문제는 열 바퀴를 세는 것이다. 열 바퀴를 돌게 되면 여덟 바뀌째는 반드시 헷갈리게 되어 있다. 나는 계획을 세웠다.
평일 강습에는 준비 운동 후 자유형 여섯 바퀴를 돈다. 이때는 세 번째 바퀴는 스토록 세 번에 한 번 호흡한다. 네 번째 바퀴는 다시 오른쪽 호흡을 하고 다섯 번째 바퀴에서는 스트록 다섯 번에 한 번 호흡한다. 호흡 한 번으로 다섯 번 스트록을 하기가 쉽지 않다.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르면 편한 호흡으로 잠시 돌아간다. 고집 부리다간 꼬르륵 가라앉을 수도 있다. 마지막 여섯 번째 바퀴에서는 왼쪽 호흡을 하면서 숨 고르기를 한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회) 왼 호흡 (2회) 오른 호흡 (3회) 호흡 1회 당 스트록 3회 (4회) 오른 호흡 (5회) 호흡 1회당 스트록 5회 (6회) 왼 호흡
일요일은 여기서 네 바퀴를 더 돌아야 한다. 일곱번째 바퀴에서는 스트록 7번에 호흡을 한 번 한다. 여덟 번째에서는 오른 호흡, 아홉 번째에서는 호흡 1회당 스트록 3회 마지막 열 번째 바퀴에서는 왼 호흡을 한다.
(7회) 호흡 1회당 스트록 7회 (8회) 오른 호흡 (9회) 호흡 1회당 스토록 9회 (10회) 왼 호흡
일반적인 원칙은 다음과 같다. 처음과 끝은 왼쪽 호흡, 홀 수 바뀌째는 바퀴 수만큼(3, 5, 7, 9) 스트록을 하고 호흡은 한 번 한다. 나머지 짝 수 바퀴에서는 오른 호흡법을 사용한다. 아직 훈련이 덜 되어서 호흡 한 번에 아홉 번의 스트록을 하기는 무리다. 일곱 번도 근근이 한다. 홀수 바퀴에서 호흡이 거칠어지면 편하게 호흡을 한다. 급격한 산소부족은 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까불지 말자.
이 방법이 레인 횟수를 세는 나의 방법이다. 이것 말고도 자신만의 방법을 창의적으로 만들 수 있다.
일요일 열바퀴를 돌고 시계를 보니 9분 57초가 나왔다. 100미터로 환산하면 119초다. 4월 기록과 비교하면 100미터당 6초가량 늦었다.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그때는 300미터를 돌았고 이번에는 500미터를 수영했다. 주말에 가면 계속 열 바퀴를 돌 계획이다. 자유형 외에 평형, 배영, 접영도 측정해야겠다.
측정하지 않으면 관리할 수 없다. 관리하지 않으면 더 나아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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