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_드라마_예능

국뽕에 기대어_파묘

필85 2024. 3. 31. 21:19

어떤 영화든지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을 설득할 수는 없다. 나는 <파묘>에 관한 기사나 영상을 보면 항상 생각나는 장면이 있다. <파묘>는 '좋았다'라고 할 수 없는 영화가 되었다, 내가 설득당하지 못한 그 부분 때문에.

 

영화는 막바지를 치닫고 있었다. 풍수 전문가 상덕(최민식), 무당 화림(김고은), 장의사 영근(유해진)이 모였다. 일제가 한반도의 기상을 꺾기 위해 (호랑이 모습으로 치자면) 허리에 해당되는 지역에 철심을 꽂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철심을 제거해야 한다는 상덕과는 달린 영근과 화림이 이제 그만하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너무 위험하다는 것이다. 일본의 귀신은 한국의 그것과는 달리 다짜고짜 죽여 없앤다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었다. 최민식이 결연하게 나섰다. 우리의 후손에게 이대로 이 땅을 물려줄 것이냐, 고 반문한다. 한차례 국뽕을 자극하는 연설이 끝나고 이들은 다시 '험한 것'이 나온 묘를 향한다.

 

나는 이 대목에서 집중력이 떨어졌다. 때로는 적당한 거짓말로 부자들의 주머니를 털어왔던 풍수사였다. 뜬금없이 애국심과 자손의 번영, 책임감을 강조했다. 내게는 좀 더 강한 설득이 필요했다. 최민식의 조상 중에 의병이 있었거나 개인적인 원한이라도 있었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바람이 있었다.

 

천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이유가 어쩌면 이 장면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최민식의 웅변을 듣고 귀신에게 쏟아부을 말의 피를 말통에 담아 산으로 향하는 장면이 우리의 가슴을 웅장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잘 만든 영화다. 많은 사람이 보았고 영화사는 수익을 냈으니 말이다. 나의 의견은 중요하지 않다.

 

  최고의 장면은 김고은이 묘를 파기 전에 굿을 하는 장면이다. 봉길(이도현)이 고쳐 매어준 신발은 그녀에게 시공을 무시하고 삶과 죽음, 의식과 무의식의 세계를 휘젓게 만들어줬다. 리듬에 꺾이는 목과 어깨, 눈빛, 춤사위는 <도깨비>의 지은탁이 아니었다. 처음 보는 인물이었다.  

 

나는 이 장면으로 만족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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