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가 된 세상 오직 힘이 지배하는 무법천지 속에서 살아가는 자들이 생존을 위해 벌이는 사투를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
마동석 배우가 말한 영화의 콘셉트이다. 남산 역할을 맡은 마동석은 <황야>의 주인공이다. 감독은 마동석과 호흡을 맞춘 허명행이다. 두 사람은 곧 개봉할 <범죄도시 4>에서 합을 맞추었다.
<황야>는 마동석의 브랜드인 <범죄도시> 시리즈, <콘크리트 유토피아>, 그리고 <스위트 홈>이 적당하게 버무려진 영화다. 마동석의 통쾌한 타격감과 가끔 튀어나오는 맛깔난 개그가 주재료다. 로케이션 장소도 익숙하다. 대지진 이후 그려진 디스토피아, <콘크리트 유토피아>에 등장한 황궁아파트가 배경이다. 줄거리도 신박하지는 않다. 세계 멸망 이후 등장한 좀비와 바이러스 치료제를 둘러싼 인간의 이기심과 욕망이 줄거리다. <스위트 홈> 시리즈의 내용과 오버랩되었다.
재미있는 요소만 섞었으니 안 보고는 못 배길걸! 그래서 나도 볼 수밖에 없었다.
먼저 마동석부터 살펴보자. 이번에는 악어 잡는 칼도 쓰고 총도 시원하게 갈겼다. 그래도 마동석의 주먹이 주는 맛이 있다. 감독은 마동석이 새로운 액션을 선보인다고 광고를 했다. 솔직히 그 정도는 아니었다. 감칠맛 나는 유머는 봐줄 만했다.
디스토피아 영화의 묘미는 역시 로케이션이다. <매드맥스>에서 보여주는 끝없이 펼쳐진 모래사막, <더 로드>에서의 잿빛 화면, <투마로우>의 끝없이 펼쳐진 하얀 눈은 암울함, 아무것도 할 수 없겠다는 무력감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황야>에서는 장소와 공간이 보여주는 절망감이 없었다.
줄거리에서는 창의성이 보이지 않았다. 식수 부족, 바이러스로 인한 유전자 변형, 좀비의 탄생, 실험을 위한 납치,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급급한 무리, 여기에 연기잘하는 악역 하나면 대강의 레시피는 완성되었다. 암울한 미래 소재를 적당히 버무렸다면 디테일이라도 좀 살렸으면 좋겠는데, 마음 쓸만한 장면도 하나 없는 게 아쉬웠다. 디스토피아 세상에서 감동을 바라는게 처음부터 무리였는지도.
디스토피아를 다룬 한국 영화가 흥행하지 못하는 이유는 상상력의 부재가 아닌가 싶다. <설국열차>를 보면 감독과 연출의 대가들이 있기 때문에 제대로 된 스토리만 있으면 표현에는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문제는 스토리다. 상상력이다.
두드리다 보면 열릴 것이기는 할 것 같은데, <황야>의 실패로 스토리 작가들이 위축되지 않을까 하는 뜬금없는 걱정 한 수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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