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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군

필85 2024. 5. 12. 23:50

유튜브에서 우연히 예고편을 보았다. <쇼군>이라는 제목의 영상이었다.

 

"이곳엔 그런 말이 있지. 인간은 세 개의 심장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세상 모두가 알 수 있는 '입'에 있고, 하나는 오직 가까운 이들만 알 수 있는 '가슴'에 있고, 그리고 깊게 숨겨진 비밀스러운 하나의 심장은 아무도 찾을 수 없는 곳에 있지"

 

나는 오래전 읽은 루스 베네딕트의 <국화와 칼>을 떠올렸다. 일본인을 가장 잘 표현한' 국화와 칼', 밖으로는 웃음 짓고 있지만 속은 알 수 없다. 위계와 질서를 위해서는 목숨을 깃털보다 가볍게 여기는 막부시대의 모습을 잘 보여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디즈니플러스에서 볼 수 있는 드라마의 배경은 1600년 경 막부시대 일본이다. 쇼군이 병사하자 다섯 명의 대로가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전략을 펼치는 중이었다. 이때 어느 어촌에 유럽 선박이 좌초하게 되고 항해사 '존 블랙손(코스모 자비스)'이 격량의 정치 소용돌이 속에 자의 반 타의 반 뛰어들게 된다.

 

드라마는 기대를 충족시켰다. 나의 예상을 비켜가는 전략과 등장인물의 행동은 충분한 설득력을 가졌다. 시청하는 동안 상당한 집중력을 가지고 몰입하게 되었다. 다음 회에 전개될 내용을 기다리며 잠을 설치기도 했다.

 

드라마의 주인공은 다이묘 중 한 명인 '요시이 토라나가(사나다 히로유키)'다. 토라나가는 자신의 가신들을 모두 자기의 권력을 지키고 확장시키는 수단으로 사용했다. 가신들은 말 한마디에 충성을 다하고 목숨을 버렸다. 토라나가는 위급한 상황에도 냉정함을 잃지 않았고 적을 속이기 위해 먼저 측근들을 속였다. 

 

존 블랙손의 통역사로 토라나가에 충심을 다하는 '도다 마리코(안나 사와이)'까지 죽음으로 내 몰 때는, 꼭 그렇게 했어야만 했는가,라는 물음도 들었다. 모든 것이 토라나가의 계획 속에 움직였다. '한 사람을 위한 만인의 희생'만을 강요한다면 설득력이 없겠지만, 그 한 사람이 만인의 안녕을 위한 계획이라면 설득력을 가질 수도 있겠다.

 

  고증에 충실했고 화면은 웅장했다. 보는 내내 막부시대의 일본으로 돌아 간 것 같았다. 때마침 읽고 있던 책이 메이지 유신을 조명한 <조용한 혁명>이라는 역사책이라서 더욱 흥미롭게 드라마를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