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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힘_숨결이 바람 될 때

필85 2024. 6. 24. 20:38

서른여섯 살에 나는 정상에 올랐다. 드디어 약속의 땅이 눈앞에 보였다. (생략) 이제 주말 휴가도 떠날 수 있다. 멋진 보트에 루시와 앞으로 태어날 아이들을 태우고서

 

폴 칼라니티는 스탠퍼드 대학에서 신경외과 레지던트로 근무하면서 수술 실력을 인정받았습니다. 박사 후 연구원(Post-Doc)으로 활동하면서 신경학회로부터 최우수 연구상도 수상하였습니다. 임상의사로서의 명성과 함께 과학자 의사의 역량도 갖추게 되었습니다. 유명한 대학병원에서 서로 모셔갈 인재였습니다.

 

탄탄대로를 눈앞에 둔 그에게 극심한 가슴 통증이 찾아왔습니다. 며칠 사이 몸무게가 13kg이나 빠졌습니다. 좀 쉬면 낫겠지, 하는 생각으로 동창 모임에 참석하기로 하고 휴가를 냈습니다. 몸이 뻣뻣해질 정도의 허리통증으로 공항 대기실 의자에 드러누워야 했습니다. CT 정밀검사 결과, 무수한 종양이 이미 폐를 덮었고 척추는 변형되어있었습니다. 그는 폐암 말기 진단을 받았습니다.

 

  <숨결이 바람 될 때(원제: When Breath Becomes Air)>, 이 책이 <뉴욕타임스>에 소개되고 아마존 종합 1, 우리나라에서만 100쇄 가까이 팔려나간 이유가 있습니다. 폴 칼라니티의 삶은 보통의 말기 암 환자와는 달랐습니다.

 

첫 번째, 잠시 병세가 호전되자 저자는 다시 의료현장으로 돌아왔습니다. 환자 진료는 물론이고 체력이 떨어졌음에도 수술까지 감행합니다. 의사이자 동시에 환자가 된 그는 삶과 죽음의 관계를 더 잘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쌓은 의료기술을 모두 동원하여 한 명의 환자라도 더 보살피려고 안간힘을 썼습니다.

 

나는 환자의 뇌를 수술하기 전에 먼저 그의 마음을 이해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의 정체성, 가치관, 무엇이 그의 삶을 가치 있게 하는지, 또 얼마나 망가져야 삶을 마감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지

 

두 번째, 죽음과 투쟁하는 과정과 그로부터 얻은 통찰력을 글로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가 언론에 투고한 에세이를 읽은 수많은 독자가 위로와 용기를 얻었습니다. 저자는 죽을힘을 다해 펜을 잡았습니다.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는 사람에게 힘이 되는 글을 썼습니다. 글을 쓴 다른 목적도 있었습니다. 딸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생각에 기쁜 마음으로 책상에 앉았습니다.

 

세 번째는 딸 이야기입니다. 다른 환자와 가장 크게 차이 나는 점입니다. 폴과 아내, 루시는 충분히 논의한 끝에 자녀를 가지기로 합니다. 저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입니다. 죽음을 앞둔 환자가 아이를 가진다는 것은 무책임하지 않은가? 아이 생각은 안 하나? 책을 다 읽고 나서 인터넷에서 폴 칼라니티 가족의 영상을 보았습니다.

 

저의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딸 케이디는 모든 순간 가족의 사랑을 받고 있었습니다. 케이디의 삶은 따로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루시는 촉망받는 내과 의사입니다. 케이디는 엄마의 보호 아래 좋은 환경에서 잘 자랄 것입니다.

 

  죽음을 앞두고도 삶의 주도권을 가진 폴 칼라니티의 힘은 어디서 나왔을까요? 저는 문학의 힘이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1977년생인 폴 칼라니티는 스탠퍼드대학에서 영문학과 생물학을 공부했으며 영문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저자는 사무엘 베게트, 엘리엇,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을 언급하면서 투병 시기에 활기를 찾게 해준 것은 문학이었다.’라고 고백했습니다.

 

저는 장영희 교수가 문학의 힘을 이야기한 어느 신문의 칼럼을 기억합니다. 교수는 문학은 삶의 용기를, 사랑을, 인간다운 삶을 가르친다. 문학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치열한 삶을, 그들의 투쟁을, 그리고 그들의 승리를 나는 배우고 가르쳤다.’라고 하면서 독자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했습니다. 교수는 척추암을 선고받고 치료에 몰두하기 위해 그날 칼럼을 끝냈습니다.

 

문학의 힘으로 단련하다 보면 어떻게 죽을 것인지가 보일 것입니다. 죽음에 관한 생각이 바로 서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무엇이 나의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인지도 알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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